[객석] 도전과 응전의 역사, 콘텐츠 유통 시장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도전(Challenge)과 응전(Response)’이란 개념을 말한 바 있다. 도전은 모든 문명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문명은 그 당시의 상황에 따라 제대로 응전(應戰)을 해 더 큰 발전을 이루거나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느새 1조 원 규모로 성장한 합법 콘텐츠 유통 시장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약 10년 전 콘텐츠 유통 시장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불법 웹하드의 확산으로 합법 콘텐츠 유통 시장이 붕괴될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당시에 적발된 불법 웹하드 사이트 수가 332개에 달했고, 그중 절반이 연내에 폐쇄되거나 소유주를 변경하면서 저작권 단속과 처벌에서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 권리자, 학계가 한목소리로 일명 ‘웹하드 등록제’를 추진하면서 웹하드 시장은 빠르게 균형을 잡아가기 시작했고, 현재 등록된 웹하드 사이트는 62개로 축소됐다. 이후 웹하드에서 줄어든 저작권 침해는 풍선효과를 나타내며 토렌트(Torrent·개인 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로 빠르게 전이되었고, 정부와 권리자는 토렌트 사이트에 대한 IP 차단 조치(16년 209개 차단)로 응전하면서 합법 유통 시장의 성장을 힘겹게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에 진화된 저작권 침해 형태인 링크 스트리밍 사이트(적발 240개)는 저작권 침해가 명백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막혀 IP 차단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지상파 3사의 ‘불법 링크 사이트’에 대한 민사소송 승소는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불법을 방지할 수 있는 법 제도 정비를 위해 정부, 권리자, 학계가 한목소리를 내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문명은 적절한 도전이 없으면 성장과 발전이 없고, 도전이 과도하면 성장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고도화되는 불법의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는 것이 합법 콘텐츠 유통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