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테러와 초대형 화재로 영국 사회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테리사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총선 이후 의회가 다시 문을 여는 21일(현지시간) 연설에 나서 새 정부에 국정 방침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메이 총리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자 여왕이 전면에 나서 국민의 마음 추스리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8일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의석이 과반(326석)을 밑도는 318석으로 줄었다. 이에 메이 총리는 10석을 획득한 북아일랜드 보수 성향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등과의 연립정부 구성에 나섰으나 아직 뚜렷한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측은 당초 이달 중순 합의에 이를 예정이었지만 런던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등에 대한 대응으로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의회 연설에 나선 것이다. 입헌군주제이기 때문에 보수당이 총선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의 국정 방침을 여왕의 연설에 담는다. 이번 연설에서는 과반수 미달이라는 총선 결과에 따라 메이 정권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등 핵심 이슈들에 대해 기존 정책을 얼마나 바꿀지가 가장 주목된다.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 철수 등 기본 방침을 견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도 담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악평을 받았던 사회보장의 개인 부담 증가 등을 취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회 연설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의원들은 여왕이 연설에서 밝힌 새 정부의 운영방침에 대한 심의를 계속해 오는 29일 연설 내용을 표결한다. 여기에서 찬성 다수로 가결돼야 새 정부가 사실상 신임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 연설이 통과되더라도 메이 총리의 입지는 매우 불안하다. 그는 런던 아파트 화재 당시 현장을 뒤늦게 방문한 것은 물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서 위문하지 않아 전 국민의 성토 대상이 됐다. 이에 19일 한 여론조사에서는 야당인 노동당의 지지율이 44%로, 보수당의 41%를 역전하기도 했다.
특히 메이 총리의 행보는 자신보다 먼저 화재 현장을 방문해 주민을 위로한 여왕과도 대조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 17일 공식생일 주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도 최근 일어난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위로 메시지를 보내는 등 국민과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