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메이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런던 서부 24층 아파트 그렌펠타워 화재 현장을 다시 찾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실종자 가족들이 임시로 거처하는 교회를 방문하고 나오자 교회 앞으로 몰린 주민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졌다. 주민들은 메이가 올라탄 차량을 향해 “메이는 물러나라”며 소리쳤다.
메이 총리는 사고가 발생한 이튿날인 15일에서야 사고 현장을 찾아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당시 아파트 주민이나 기자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소방 당국자들과 면담만 한 뒤 현장을 떠나 민심을 돌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직접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에 나선 행보와 비교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메이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렌펠 타워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500만 파운드(약 72억4700만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메이는 또 3주 안에 피난민들에게 새 보금자리를 찾아 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참사 여파를 수습하기 위한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식지 않고 있다. 화재 이후 런던 곳곳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이날도 그렌펠타워가 위치한 켄싱턴,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 10번가 등에서 수많은 시민이 시위에 동참했다.
여기에 가디언을 비롯한 영국 현지 언론도 지방의회에 대한 예산을 40%나 삭감하고, 침실 세금(주택보조금을 받는 가구가 임대주택에 살면서 남는 침실이 있는 경우 보조금을 삭감하는 제도)을 강화하는 등의 보수당의 긴축정책이 안전 부실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7일 자신의 공식생일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영국민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왕은 “이날은 전통적으로 축하의 날이었다”며 “(그러나) 올해만큼은 침울한 국가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탄식했다. 이어 “최근 몇 달간 영국은 테러와 화재 참사 등 끔찍한 비극을 연속적으로 경험했다”며 “하나의 국가로서 우리는 이런 참사에 직접 영향받은 이들을 위해 계속해서 반성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