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내년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방침이 백지화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준비하기 위해 올해 추진하기로 했던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운영, 개인성과평가 시스템 마련 작업 등을 전면 중단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말 경영위원회를 열어 올해 성과평가제도를 개선한 후 내년 1월 1일부터 4급(선임조사역)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해 시행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현재 팀장(3급) 이상 직원에 한해 성과연봉제를 적용 중이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이 아니다. 반민반관(半民半官) 성격의 공법인이지만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기관장 인사나 예산, 조직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탓에 성과연봉제 도입 물살을 피해 가지 못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해오던 금감원 노동조합이 “사측의 일방적인 방침”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저항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다. 금감원보다 먼저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7개 금융 공공기관의 노조가 취업규칙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과 비교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조직 특성상 성과연봉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금감원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계획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돌입한 것은 정국 변화와 연관성이 높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 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노사 간 합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특히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새 사령탑인 김동연 장관이 과거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오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성과연봉제에 대해 집중 논의한다. 금융권에는 이날 회의에서 성과연봉제 폐지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확대는 정부 방침에 의한 것인 만큼 앞으로 방향도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과연봉제 확대 방침이 철회되더라도 직무별 전문성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는 직무급제 전환 등 공공 부문의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