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조 원 대 분식회계 사태에 대해 책임을 인정받으면서 민사 소송에 불리한 입장이 됐다.
12일 회계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은 이번 1심에서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소속회계사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돼 남은 1600억 원대 민사소송에서도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할 전망이다.
지난 9일 안진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1심에서 세 가지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를 받아 75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안진은 2013, 2014 회게연도 대우조선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소속 감사팀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함께 기소된 안진 파트너 엄모 상무와 임모 상무 등 전·현직 임직원 4명에게는 각각 집행유예부터 징역2년6월까지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대우조선해양 감사를 맡은 회계사 뿐만 아니라 회계법인도 분식회계 사태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내려져 투자자들은 민사에서 유리한 입장이 됐다. 특히 분식회계에 대해 고의적으로 묵인하고 관여한 정황이 상당부분 인정돼 안진의 배상책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인해 안진이 관련된 전체 민사 규모는 1600억 원 가량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만 따져도 소액주주와 기관 투자자가 대우조선과 안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40여 건 계류 중이다. 투자자들은 안진이 감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짓 재무제표를 토대로 투자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재판부는 안진이 2011년 감사보고서 허위기재로 이미 처벌받은 사실이 있었지만 당시 지적됐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도 유사한 문제점이 반복돼 나타났다는 판단을 내렸다.
더불어 안진은 소속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부당한 요청을 받았을 때에도 이를 거절하지 않고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금융감독원의 감리가 예상돼자 대우조선해양에 대응논리를 알려주며 공동대응을 논의하는 등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안진은 철강전문업체 해원에스티의 분식회계사태와 관련해 15%의 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소속 회계사가 감사보고서에 거짓으로 적정의견을 기재한 것에 대해 회계법인의 고의ㆍ과실이 인정됐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안진의 책임이 이보다 더 큰 것을 고려하면 책임비율은 30~50%가량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편 이번 판결은 회계업계의 내부 관리제도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소속 회계사의 과실에 대해 회계법인에도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고 본다”면서 “품질관리시스템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