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토렴식[退染式] 국밥

입력 2017-06-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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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콩나물국밥은 진작부터 유명하다.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연간 900만여 명의 관광객이 아침 식사로 대부분 콩나물국밥을 찾는다. 콩나물국밥집에 들어서면 “끓이는 식으로 드릴까요? 아니면 남부시장 식으로 드릴까요?”라고 묻거나 “끓이는 식으로 드릴까요? 토렴 식으로 드릴까요?” 하고 묻는 경우가 있다. 외지 사람들은 더러 “그게 뭐예요?” 하고 되묻곤 한다.

‘끓이는 식’은 뚝배기에 콩나물국과 밥을 넣은 후 가열하여 막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 손님 앞에 내오는 방식의 국밥이고, 토렴 식(세칭 남부시장 식)은 콩나물국에 밥을 따끈하게 말아서 내오는 방식이다. 따라서 토렴 식에 비해 끓이는 식이 훨씬 뜨겁다.

‘토렴 식’의 원어는 ‘퇴염(렴) 식’이다. ‘퇴렴’은 ‘退染’이라고 쓰며 각각 ‘물러날 퇴’, ‘물들일 염(렴)’이라고 훈독한다. 한 번 물들였던 물건의 빛깔을 빼내기 위해 계속 새로운 물을 갈아가며 헹구기를 반복하는 작업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작업은 대개 옷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므로 아예 退에 ‘옷 의(衣)’자를 덧붙여 ‘褪(바랠 퇴)’자를 쓰기도 한다.

이것이 나중에는 국밥에도 적용되어 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를 반복함으로써 덥게 하는 것을 ‘퇴렴’이라고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누군가가 ‘토렴’이라고 잘못 읽기 시작한 것이 음운의 변화로 이어져 지금은 아예 ‘토렴’이라는 말로 굳어진 것이다.

‘토렴식 국밥’은 따듯한 인정의 표현에 다름이 아니어서 가슴은 훈훈하지만 잘못 물들인 정책을 탈색하여 원래대로 되돌려 놓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고 또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퇴렴’을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4대강을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맑은 물로 퇴렴을 해야 할지 모른다. 정책 입안, 신중하게 해야 한다. 퇴렴하는 헛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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