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지표로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4월에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했다. 상승률은 3월 1.9%, 2월 2.1%에서 한층 더 둔화됐다. 가격 변동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PCE도 전년 동월 대비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원유 공급 과잉과 넘치는 재고가 산적한 자동차 시장, 주택 시장의 공급 증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조기에 오를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오메이어 샤리프는 블룸버그에 “인플레이션 둔화는 그리 일회성이 아니다. 많은 억제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올해 안에 연준이 금리인상의 전제로 내건 목표치 2%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에 못미쳐 6월 금리인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금융 당국자들이 3월 경제 예측에서 나타낸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연준의 라엘 블레이너드 이사는 30일(현지시간) 뉴욕 강연에서 “물가 지표가 계속 둔화한다는 건 우려할 만한 상황이며, 결국 정책의 올바른 길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3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4분기(10~12월) PCE 가격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9%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당국의 목표치인 2%를 거의 달성하는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소시에테제네랄의 샤리프는 “6월 13,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더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스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게펜은 “인플레이션율이 목표에 미달되는 상황이 1년 이상 계속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물가가 장기간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면 소비자와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해지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