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 이야기] ‘나쁜 빚’ 먹고 자라는 좀비기업… 금융지원 확대는 毒

입력 2017-04-26 11:01 수정 2017-05-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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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와 국가부채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데 비해 기업들의 빚 상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체질개선을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덕분이라 하겠다. 당시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500~600% 수준에 달했다. 그때만 해도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 하나의 특혜로 간주되었다. ‘정책금융’이란 이름으로 대기업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은행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투자에도 일부 자금을 활용했지만 적지 않은 금액이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 자연히 기업의 부채비율은 커지게 되었고 부실운영으로 적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다 외환위기라는 외부충격을 받게 되자 기업들은 추풍낙엽처럼 줄줄이 도산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외형 키우기 경쟁에서 탈피하고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에 역점을 두고 경영을 해온 결과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00% 이하로까지 떨어져 있다.

그러나 부실기업 내지 한계기업을 뜻하는 소위 좀비기업의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좀비기업은 2009년 2,698개에서 2014년 3,295개로 증가했다. 여기서 ‘좀비기업(Zombie Company)’이란 일반적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3년 연속 기업활동을 했는데도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라면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가 경제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동안 가능한 한 빚을 내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빚을 내어야 할 상황이 닥칠 경우에는 현명하게 돈을 빌려 쓰는 기술이 필요하다. 빚을 내는 이유가 기존의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투자이거나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쓰이는 등 발전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 한마디로 투기가 아닌 투자의 용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빚을 꾸준히 갚아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돈을 빌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빚에도 ‘좋은 빚’과 ‘나쁜 빚’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통화창출이 이루어지는지 여부, 그리고 설립목적과 취급상품이 무엇인지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나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은행권인 제 1금융권과 비(非) 은행권인 제 2금융권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분류방법이라 하겠다.

제 2금융권이란 은행을 제외한 금융기관을 통칭하여 부르는 명칭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만성적인 자금의 초과수요 현상을 보여 왔다. 이에 은행을 중심으로 한 제도금융시장 외에도 광범위한 사금융시장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 사금융을 제도금융권 안으로 흡수하는 한편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수요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 1970년대 제 2금융권이 처음 설립되었다.

이들은 은행에 비해 신용창조 기능이 제약되며, 중앙은행이 수행하는 금융정책의 관할대상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비통화금융기관이라고도 한다. 보험회사와 증권회사를 비롯하여 신용카드회사·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리스회사· 벤처캐피털 등이 이에 속한다. 최근에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힘들 때 이용하는 대부업과 파이낸스사 등을 제 3금융권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은행은 오랜 전통과 함께 많은 점포수를 가지고 있어 일반 국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금융기관이다. 은행은 통화창출기능을 가지고 있어 통화금융기관이라고도 한다. 이 은행도 다시 발권력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은행의 은행격인 중앙은행(우리나라는 한국은행), 그리고 일반 시중은행(또는 상업은행)과 특수은행으로 나뉜다.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업무범위는 예금수신과 대출업무, 내· 외국환 업무, 채무보증, 어음인수, 유가증권 투자, 신탁업과 신용카드업 등이 있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기업들이 투자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성해 이를 대출해 줌으로써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수행해왔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시중은행에 대해 적지 않은 지원을 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은행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97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 신화가 깨지게 되었다. 당시 과도한 대출확대 경쟁에 열을 올리던 시중은행들은 늘어난 부실로 경영이 흔들리게 되자 정부는 이 부실화된 은행들에게 수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또 일부 은행은 다른 은행에 합병되거나 심지어 파산되기도 하였다. 지금은 자본건전성이 제고되어 국제결제은행에서 권고하는 자본건전성비율(BIS비율) 8%를 훨씬 상회하는 1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수은행이란 일반은행이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부문에 대하여 자금을 원활히 공급함으로써 상업금융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이를 통해 국민경제의 효율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기관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특수은행은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5개이다.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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