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자동차 강판가(價)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제철이 인상분 소급 적용을 포기하기로 했다.
12일 관련 업계 따르면 현대제철은 ‘2월 이후 출하량에 대해 소급적용한다’는 내용의 협상안을 수정했다. 두 달 넘게 원점을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부진을 감수하고 ‘아우’가 한발 뒤로 물러난 셈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맏형’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을 벌이는 것은 지난 2015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그간 이 회사는 원자잿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톤당 8만 원의 공급가를 유지했다.
모회사 눈치에 가격 카드에 손도 못 대던 사이 현대제철의 원가 부담은 80% 넘게 불어났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2015년 11월 톤당 44달러(약 5만 원)에 머물던 철광석 가격은 최근 75달러(약 8만5900원)를 기록 중이다. 연초보다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밑지는 장사다.
문제는 현대·기아차 반응이다. ‘아우’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협상안에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판매량 감소에 이어 대규모 리콜 사태까지 터진 상황에서 원가 부담까지 떠안을 여력이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원자잿값 상승분을 상쇄하려면 자동차 강판 납품가를 적어도 톤당 13만 원가량 인상해야 한다”며 “하지만 모회사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거나, 올해 안에 협상 마침표를 아예 못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