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혁신의 아이콘에서 비리 온상으로…어쩌다 이 지경까지

입력 2017-02-14 17:12 수정 2017-02-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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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넘는 역사ㆍ일본 백열등 시대 연 영광도 물거품 될 위기…분식회계 직격탄 맞아

분식회계 파문에다 막대한 원전사업 손실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파산 위기에 내몰린 도시바는 1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일본 전자업계의 간판이었다.

1890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고 일본의 백열등 시대를 연 것도, 1930년대 초 냉장고와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 일본에 가전 제품을 처음 선보인 것도 도시바였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비교되며 함께 일본 근대화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손꼽혔으며, 히타치와 파나소닉, 미쓰비시전기와 함께 ‘일본의 자존심’으로도 불려왔다. 뿐만 아니라 도시바는 반도체를 비롯해 방산과 철도, 중공업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며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1985년에는 세계에서 최초로 노트북 컴퓨터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바의 전성기는 계속되지 못했다. 도시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가전 부문이 2000년대 이후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한국 중국 업체에 밀리기 시작했고, 2014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만 2200억 엔(약 2조3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후 도시바의 운명에 직격탄을 날린 건 2015년 드러난 회계부정사건이었다. 도시바 경영진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500억 엔이 넘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됐다. 이는 도시바가 2009∼2013 회계연도에 기록한 연결 영업이익(총 1조491억 엔)의 10%를 넘는 규모였다. 당시 도시바 경영진은 당기이익을 부풀리라고 지시했고 담당자들은 부당한 지시를 거역하지 못해 과대 계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비리 온상으로서 도시바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일부 일본 언론은 도시바의 회계부정 배경에 대해 실적 부진에 따른 성과 압력을 꼬집기도 했다. 당시 도시바 회계부정을 조사했던 제3자위원회(외부 인사로 구성)는 “상사의 뜻에 거역할 수 없는 기업 풍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으로 도시바의 위상은 전자업계 혁신의 아이콘에서 한순간에 비리의 온상으로 추락하게 됐으며 도시바의 전·현직 사장 3명이 모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도시바는 회계부정 스캔들로 경영난에 몰리자 대대적인 경영구조 쇄신에 나섰다. 그간 회장이 맡던 이사회 의장에 관련된 정관을 변경해 사외이사로 바꾸고 감사위원회, 지명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각 위원장과 위원도 전원 회사 밖에서 기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도 경영난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바는 지난해에 핵심 사업이었던 백색가전 부문을 중국 메이디에 매각했고, 의료기기 사업은 캐논에 넘겼다. 지난해 12월에는 원전 사업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위기설이 제기됐고 그나마 쥐고 있던 알짜사업인 반도체 사업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원전사업 손실을 메우기 위해 영국에서 진행하는 원전 건설사업 지분의 일부를 한국전력공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14일에는 예정됐던 실적 발표를 돌연 한 달 뒤로 미루면서 도시바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의구심은 더 커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원전 부문 자회사 상각 처리를 놓고 공개 못 할 정도로 심각한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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