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따라갈 것인가, 따르게 할 것인가

입력 2017-02-14 10:34 수정 2017-02-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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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수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남부지사장

우리나라는 현재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높은 문턱에 와 있다. 2016년 1인당 국민소득(GDP)은 2만7366달러로 세계 31위이고, 2018년께 3만 달러가 가능하다고 한다. 1960년대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이는 산업화를 이끈 기능인들의 피와 땀의 결과일 것이다.

과거 산업화나 자유화를 성공시키는 데는 일부 희생도 따랐지만, 정부와 국민 간의 잘살아 보겠다는 사회적 대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경제력이나 군사력도 중요하지만, 윤리적·문화적·철학적·예술적 차원의 것들이 주도권을 발휘하는 단계의 사회로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교육, 산업, 문화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을 따라 하기에 급급한 면이 있었다. 개인들도 타고난 소질을 발견하고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틀 안에 갇혀서 똑같은 길을 가느라 창의성은 말살되고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의 직업교육 체제를 우리 교육에 이식한 것도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학부모들은 여전히 자녀들이 기능이나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대학에 가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부모 세대는 노후 빈곤에 시달리고, 자녀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례가 많다.

이제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프레임과 방향을 바꾸고, 인적자원 개발 정책도 변경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착수한 이후 50년이 넘도록 실업자를 훈련해 기업체에 진입시키고, 재직자는 직무능력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그런데도 기업체에서는 훈련과 현장직무의 미스매칭을 늘 주장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교육계와 훈련시장에 도입된 NCS(국가직무능력표준)는 커다란 기회임이 틀림없다.

능력 중심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기초가 될 NCS가 미래 직업을 대비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NCS를 잘 이해하지 못해 생겨난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관련 직무를 추가로 개발하고, 기존 240여 개 직무 내용을 보완할 예정이다. 기업의 직무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새로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듯이 NCS의 직무(능력단위)도 소멸되고 생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은 우리의 일터와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파고들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사람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기계일 뿐이다.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단순한 업무는 기계가 할 것이니,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창의적인 일에 매진하면 된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간 우리가 가졌던 기능(기술)에 대한 패러다임도 많이 바뀔 것이다.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전문기관으로서의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역할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우리가 남의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남이 우리를 따라오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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