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해킹에 대한 미국 국무부의 보복성 제재로 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35명이 1일(현지시간) 미국을 떠났다. 친(親)러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조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주재 러시아대사관 대변인은 추방 대상이 된 외교관 35명이 이날 가족과 함께 러시아항공 특별기를 타고 미국을 떠났다. 미국 국무부 역시 이들이 러시아로 떠났다고 확인했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달 29일 제재를 발표하고 이들 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에 72시간 안에 미국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이에 외교관의 가족들을 포함한 총 96명이 러시아로 떠났다. 미국 정부는 자국에 주재한 러시아 외교관 35명의 추방, 미국 내 러시아 공관 시설 2곳 폐쇄, 해킹 관련 기관·개인의 경제제재를 주요 내용으로 한 대(對)러시아 제재안을 내놨다. 당초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결정에 상응하는 ‘외교 보복’ 조치를 검토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의 관계 회복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러 성향의 트럼프 당선인 측은 국무부 대응에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1일 방송된 ABC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러시아 제재 조치는 과도하다”면서 “러시아 외교관 35명이 추방되고 시설 2곳이 폐쇄되는데 이것이 적절한 대응인가”라고 주장했다. 스파이서 내정자는 “2015년 중국 해커들이 연방인사관리처(OPM)에 침투해 연방 공무원의 개인정보를 빼갔지만 이 정도로 대응하지는 않았다”며 지적하고 “오바마 정부의 대응이 정치 보복인지 외교 대응인지 알 수 없다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스파이서 내정자는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주 정보기관 관계자와 만나 이 상황과 관련한 브리핑을 들을 것이며 대응의 적절성을 평가할 것”이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저택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논란에 대해 “해킹은 증명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러시아의 미 대선 해킹 사태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며칠 내 공개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