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연말연시의 단상(斷想)

입력 2016-12-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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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눈물 나는 한 해였다. 끊어야지 했던 담배를 사춘기 소년의 억하심정마냥 그렇게 그 어느 해보다도 더 많이 피워댔다. 내 인생에 이토록 악재의 연속인 해는 없었을 만큼 힘들었던 것 같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싶을 만큼. 그래서 평생 내 발로 찾아가지 않았던 점쟁이에게도 두어 번 갔다. 그에게 위로받아 바뀌는 건 별반 다르지 않을지언정 그가 알고 토닥거려줌에 5만 원의 복채가 아깝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인간사 자업자득(自業自得)이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하지 않던가? 귀찮다고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귀찮은 일이 올 것이고, 힘들다고 내팽개쳐버리면 언젠가는 힘든 일이 온다고 하던 친구의 말이 귓가를 때린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평생을 살면서 한 번쯤 내 일이 귀찮아 내팽개친 적이 없었을까. 그런데도 그 말이 내 귓가를 때린 것은 나만 아는 나의 2016년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조금씩 사십 중반의 나도 참어른이 되어가는가 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연말연시도 어렸을 적 북적북적한 모양새가 아니다. 탄핵을 외치고 소비절벽을 실감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경제가 호황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던가. 소비절벽과 정치인들의 진흙탕 싸움질, 인간 이하의 정권행태에 대중의 눈물이 광장에서 꺼져가는 촛불을 살리고, 사람 냄새 나는 지난 시절의 그분을 떠올린다 해도 마음속 우울함은 어찌 해결할 방도가 없다. 싹 쓸어버리고 싶지만 쓸어낸다고 쓸어지지도 않을 세상. 단지 한 명 더 참인간으로 나와 마주하기만을 바라는 것이 내 마음 안 다치는 현명한 귀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7년 1월 첫날에는 태산을 오를 생각이다. 고작 1545m밖에 되지 않는 설악산만 한 산처럼 보이지만, 진시황을 비롯해 10여 명의 중국 황제가 하늘에 제를 지냈던 산이 아니던가. 중국 오악(五岳) 중의 으뜸으로 치는 태산에서 하늘과 맞닿을 수 있는 나만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다지고 올 요량이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하나의 뫼[山]에 불과하고 나 또한 우주 속의 미물도 되지 않는 그저 먼지 같은 존재이겠으나, 하늘의 뜻 모를 계시 같은 나만의 다짐을 만들어 오고 싶다. 그렇게 나를 떠나서 외(外)의 시각으로 2017년 첫날을 의미 있게 만들어보고자 한다.

2017년은 또 어떤 일이 내 앞에 펼쳐질까? 한편으론 참 재미있다. 그토록 힘들었던 2016년을 마치며, 사는 것마저 무의미를 따질 이 마당에 새로운 365일이 기다려진다는 것은 아마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일 것이다. 기대감만큼 불행도 동반하겠지만, 이 또한 다 지나온 것처럼 나에게 긍정의 DNA가 다시금 살아 꿈틀거리고 있음에 격려를 보낸다.

좋은 일이 있다고 마냥 좋아할 것이 아닌 것처럼, 슬픈 일이 있다고 마냥 불행을 탄식할 필요도 없다.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친구처럼 온다고 하지 않던가? 긍정의 힘만이 인생 희로애락의 사이클을 우상향(右上向)으로 만들어줄 수 있음에 12월의 마지막을 쿨하게 정리한다. 이 또한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희로애락이다. ‘참사람’을 만나 의미 있었음을 가지고, 1년 후 이 시간에 나와 행복하게 독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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