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아이들에게 희망 주는 사회 되길

입력 2016-11-22 10:46 수정 2016-11-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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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진 용인 문정중학교 교사

‘천둥벌거숭이’. 어느 교사 연수 때, 고등학교에서 오래 교편을 잡다가 중학교로 부임한 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난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아이들과 10년도 넘게 생활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교실의 분위기는 더욱 자유분방해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 중학교 1학년 학생들 입에서 ‘탄핵, 하야,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등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들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이 희화화되는 단어들도 종종 등장한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 단어와 대화를 들으면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주말 동안 시골에 내려가서 김장을 하고 왔더니 피곤해 보였는지 월요일 1교시 수업에서 아이들이 물어본다. “선생님, 주말에 뭐 하셨어요? 피곤해 보이세요.” “선생님은 주말에 강원도 시골에 가서 김장을 300포기나 하고 왔어요. 그래서 엄청 힘드네요. 여러분의 집에서도 요즘 김장을 많이 하고 있죠?” 그런데 대답이 왠지 싱겁다. 평소 같으면 여기저기서 ‘이거 했어요, 저거 했어요’ 하고 시끄러워야 하는데 말이다. 더 심각한 것은 김장이 뭔지 모르는 아이도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김장, 월동준비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이 아이들이 배우고 알아야 할 것들이 무엇일까? 신선한 굴과 돼지 수육에 김장 속을 올려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이런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좋은 것을 우리 아이들이 왜 모르고 있나? 게다가 천둥벌거숭이 같아야 할 우리 아이들이 왜 몇몇 정치인과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달 이상 들으면서 자신들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푸념을 해야 하는 것일까? 불과 14살밖에 안 되는 아이들인데….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달콤하고 즐거운 이야기와 맛을 알려주고 싶고, 희망을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다. 이렇게 된 현실은 누구의 잘못일까? 몇몇 정치인? 그들을 뽑은 우리 어른들? 지금이라도 우리 미래를 만들어갈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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