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과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선강퉁) 시행이 임박하면서 이 거대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선전증권거래소의 하루 거래량은 현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이어 세계 2위다.
주식 시가총액 3조2000억 달러(약 3764조 원), 상장기업 1800개를 자랑하는 선전증시는 홍콩 증시와의 교차거래로 해외 투자자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이 선강퉁 시행은 중국 시장과 해외 시장의 통합을 향한 중요한 단계로, 서구 펀드 매니저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투자의 장이 된다.
선강퉁 시행일자에 대해선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현지 증권가에서는 이르면 21일이나 28일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계 홍콩 증권사가 중국 모기업으로부터 21일에 선강퉁이 개통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홍콩 언론의 보도도 나오는 등 시장은 선강퉁 시행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고무돼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처럼 선강퉁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리스크도 크다며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들을 최근 소개했다. WSJ에 따르면 투자에 관한 서구의 개념은 중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어떤 시장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적 조건)을 이해하고, 때로는 불합리한 투자자의 심리 변화를 잘 감지해야 하지만 중국에서는 후자 쪽이 중요하다. 중국 시장에서 전문 투자자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발표를 해석해 변덕이 심한 개인 투자자를 앞서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시작된 상하이와 홍콩 증시간 교차거래(후강퉁)를 모델로 도입되는 선강퉁은 중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로 기대되는 ‘뉴 이코노미’ 기업의 상징적인 세계 데뷔가 될 전망이다. 상하이증시 상장 기업은 국영 중공업계 제조기업이 많지만 선전증시는 통신장비업체인 ZTE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이 많다.
WSJ는 이런 선전증시에 관심있는 투자자는 심한 주가 변동을 각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전종합지수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한 뒤 9월까지 50% 하락했고, 연말까지 50%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다시 11% 하락했다. 온라인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바오펭그룹의 경우, 2015년 3월 선전증시 상장 후 29거래일 연속 주가가 일일 상한가를 넘어섰다. 작년 여름 중국증시 폭락 전 이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00배에 달했다. WSJ는 전통적인 분석 방법을 사용하는 애널리스트에게 선강퉁 매매가 가능해지는 약 880개 상장주에서 매수 추천 종목을 선택할 때 이러한 주가 변동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전증시의 리우 푸종 전략·국제관계 담당 부국장은 “선전 거래소는 주로 고성장 기업이 상장하는 시장이다. 성장과 큰 주가 변동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시장은 전문 투자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선전시장에서는 투자자의 60%가 개인인 것도 문제다. 중국 개인 투자자는 단타 거래 성향이 강하다. 도이치방크에 따르면 선전시장의 주식이 평균 30일에 한 번 거래되는 반면 홍콩시장 상장주식은 1년 반에 1번 꼴이다. 이처럼 빈번한 매매 탓에 선전시장의 주식은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어 있으며 평균 PER은 미국 나스닥종합지수의 약 23배를 크게 웃도는 42배다. 중국투자증권의 리우 얀페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업공개(IPO)가 특히 과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IPO 가격을 낮게 설정하기 때문에 상장 후 몇 달 동안 주가는 3배 이상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는 마치 복권을 사는 것처럼 회사 이름도 모르고 IPO 종목에 몰린다.
그나마 신용거래용 대출 규제 강화와 투명성 제고 등의 규제 조치 덕분에 올해 들어 선전시장의 변동성은 진정됐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당국은 실제 사업 계획에 근거하지 않은 투기 목적이라고 판단되는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엄중한 단속을 실시해왔다. 유아용 놀이기구와 장난감 등을 생산하는 광둥 췬싱완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최근 쓰촨에 있는 발전소 장비업체를 2억4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획을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지 못했다.
선전에 있는 한 펀드 매니저는 “해외 투자 자금의 유입으로 선전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변동성이 낮아지고, 결국 펀더멘털에 근거한 종목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당분간은 불확실성 높은 거래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