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의 3대 원칙

입력 2016-09-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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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올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에 전 국민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40도에 달하는 더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2000명 이상 발생하고 닭, 오리 등 가축 400만 마리, 양식어류 300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았다.

연일 폭염 주의보가 발령되고, 열대야에 잠 못 이루었지만, 서민들은 전기요금 폭탄 걱정에 에어컨 켜기가 두려웠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기 사용량 증가, 부자감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 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1974년 오일쇼크 당시 도입된 전기요금 누진제는 42년 동안 5차례 바뀌었다. 현행 6단계, 최대 누진폭 11.7%의 전기요금 누진체계는 2004년 개편 이후 12년을 유지해 왔다.

저유가 지속, 전력 수요의 변화 등 시장 상황이 변했지만, 전기요금 누진체계 개편 계획은 없다던 정부가 더위에 지친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에 결국 한발 물러났다. 정부는 새누리당과 함께 당정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연말까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그동안 학계, 시민단체는 물론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조차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의뢰한 용역 보고서에서 “2003년까지 누진제를 완전 폐지하고, 산업요금 10% 인상, 원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누진제 폐지 시 서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묵살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8월에는 한전이 나서 2010년까지 누진제를 3단계로 단순화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했지만, 정부는 고유가를 이유로 불허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정부가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단순화하기로 했지만, 2011년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해 또다시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는 전기요금 체계를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인데, 적어도 3가지 원칙에 기초한 개편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첫째, 에너지산업 전반을 고려한 전기요금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즉 나무만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봐야 한다. 국내 전기공급은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독점 전기판매 시장을 민간에 개방해 시장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경쟁 체제 도입을 통해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둘째, 시장원리에 맞는 전기요금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가 사용한 만큼 요금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 지난 60여 년간의 에너지 복지는 이제 중단할 때가 됐다. 서민의 전기요금 문제는 정부가 다른 방법으로 지원해야 한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면 부자도 혜택을 받게 된다는 정부의 논리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셋째,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없애려면 납득할 만한 투명한 가격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원가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기업, 주택, 상가, 학교, 농가 등으로 구분해 임의적으로 책정된 가격은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전력생산 원가를 공개해 합당한 가격 책정이 이뤄져야 정부와 한국전력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최근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여야 할 것 없이 누진 단계를 2~3단계로 축소하고 누진폭도 대폭 낮추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고통을 걱정하고 개선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러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단순히 누진 단계, 누진폭 조정 정도로 마무리할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과 정부는 국민이 수긍하고 전력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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