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검찰의 이례적인 로펌 압수수색

입력 2016-08-22 10:44 수정 2016-08-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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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사회경제부 기자

미국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는 백악관이 불법 정치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으로 특별검사 수사를 받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특별검사는 주요 인물이 목사와 신상에 대한 상담을 한 사실을 확인하지만, 쉽사리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다. 아무리 중대한 공익을 위한 수사라고 해도 종교인이 사제에게 털어놓은 내용은 강제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드라마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개인의 기밀 유지권이 얼마나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검찰이 롯데 그룹 자문을 맡았던 A로펌을 압수수색하면서 법조계 뒷말이 무성하다. 검찰은 A로펌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수천억 원대 증여세를 탈루를 자문해 줬기 때문에 증거 확보를 위해 부득이하게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변호사업계에서는 의뢰인의 자문 내용이 고스란히 검찰에 제출됐다는 점에 대해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의뢰인이 변호사를 신뢰하고 밝힌 내용을 수사 단서로 활용하는 게 정당하느냐는 지적도 있고, 반대로 로펌도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업 고객이 떨어져나갈 게 뻔한데도 해당 로펌이 순순히 자료 제출에 응한 것은 검찰이 A로펌을 소송사기 혐의로 압박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A로펌은 롯데케미칼의 270억 원대 세금 환급 소송을 대리했다.

검찰은 진화에 나섰다. 이번 건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앞으로 로펌을 수사하는 일이 상례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그동안 강제 압수수색과 자료 임의제출이 법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 만큼은 "압수수색한 게 아니라 임의제출 받았다"고 못박았다.

미국에서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보호(Attorney-Client Privilege· ACP)에 관한 논의가 일찌감치 이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뢰인이 변호사를 믿고 밝힌 내용을 어느 범위까지 수사기관이 가져갈 수 있는지, 그렇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증거능력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정한 바가 없다. 롯데 수사의 향방을 떠나 국가 공권력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해줄 수 있는 변호사의 권리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검찰과 변호사 업계 뿐만 아니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준 법원도 동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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