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최고시공물] SK건설,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아파트 5층 높이 TBM 하루 7m씩 전진

입력 2016-08-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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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규모 터널 굴착장비 제작… 16개월만에 3.34㎞ 해저구간 뚫어… 터키 최초로 진행된 민관협력 사업

▲유라시아 해저터널 조감도.
▲유라시아 해저터널 조감도.
유럽으로 가는 관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서 깊은 도시, 바로 터키 이스탄불이다. 이곳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륙 간 해저터널이 한국 건설사의 기술력으로 시공되고 있다.

세기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5.4㎞ 복층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해저터널의 접속도로를 포함한 공사 연장은 14.6㎞에 달하고 공사기간은 총 52개월로 2017년 4월 개통 예정이다. 유지보수 및 운영기간은 공사 완료 후 314개월(26년 2개월)이다.

◇터키 최초의 민관협력형 사업 이끌어내다

터키 현지에서는 유라시아 해저터널 개통에 따른 교통 개선의 기대감이 상당하다. 이스탄불 시의 인구는 1400만 명에 이르는데 주거지 대부분이 보스포러스 해협과 마르마라해 주변으로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간을 오가는 인구가 많지만 차량은 현재 두 개의 교량만을 이용할 수 있어 교통체증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오는 2017년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하루 약 12만 대의 차량 통행이 가능해지며 보스포러스 해협 통과시간도 기존 100분에서 15분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프로젝트는 SK건설을 포함한 SK그룹 계열사와 터키 기업인 야피메르케지가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한 총사업비 12억40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시공은 SK건설과 야피메르케지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SK건설은 지난 2012년 말 국내외 굴지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과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약정 체결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했다. 자금조달 규모는 총 9억6000만 달러 규모다.

금융약정 체결 성공에는 터키 정부와 대주단 간의 채무인수 보증약정을 통해 터키 최초의 민관협력사업(PPP)을 이끌어 낸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이 보증약정은 이번 사업의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터키 정부가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이 포함돼 있는 약정이다.

이 결과 SK건설의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는 세계 유수 금융기관의 투자를 이끌어 낸 PF사업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며 영국의 세계적인 금융전문지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매거진의 ‘2012년 올해의 프로젝트(Deal of the Year)’로 선정됐다.

▲관통한 TBM 모습.
▲관통한 TBM 모습.
◇유라시아 해저터널 굴진 착수… 아파트 5층 높이와 맞먹는 단면 직경의 세계 최대 터널굴착장비(TBM) 공사 투입

지난 2014년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굴진에 들어간 SK건설은 이보다 앞선 2013년 유라시아 터널을 뚫을 핵심장비인 TBM(터널굴착장비, Tunnel Boring Machine) 제작을 완료했다. ‘일디림 바예지드(YILDIRIM BAYEZID)’로 명명된 이 TBM은 단면 직경이 아파트 5층 높이와 맞먹는 13.7m에다 총 길이 120m, 무게 3300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매머드급 터널굴착장비다.

TBM은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터널 단면과 현장의 지질·지반·지하수 등 작업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주문제작 방식으로 생산된다. 유라시아 해저터널에 사용되는 TBM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다.

SK건설은 정확한 지질조건 파악을 위해 먼저 두 달간 해저물리탐사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는 해협의 빠른 유속을 버티고 최대 해저 100m가 넘는 지층의 지질분석을 위해 석유개발에 사용되는 시추선도 투입됐다. 보스포러스 해협은 폭이 좁고 인근 흑해와 마르마라해의 수위차와 염분차로 인한 밀도류로 인해 유속이 초속 3~4m로 매우 빠른 편인데 이는 울돌목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명량해협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저탐사 후에는 3차원 물리탐사를 진행해 시추 간격 사이의 지반상태를 재확인했다.

김택곤 SK건설 TBM팀장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유라시아 해저터널용 TBM에 암반과 토사를 관통하는 복합지질 커터기술을 적용했다”며 “특히 암반절삭용 커터의 크기와 커터 사이의 간격을 정밀하게 계산했다. 이 기술은 계산 방법에 따라 TBM 굴진율에 커다란 차이를 보여 전체 공사기간을 좌우하는 TBM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유라시아 해저터널 내부에서 콘크리트 벽체를 운반하는 모습.
▲유라시아 해저터널 내부에서 콘크리트 벽체를 운반하는 모습.
◇16개월간 하루 평균 7m씩, 총 3.34㎞ 굴착 완료

이 건설사는 지난해 8월 유라시아 해저터널 굴진을 시작한 이후 16개월 만에 관통에 성공했다. 접속도로를 포함해 총 연장 14.6㎞ 유라시아 해저터널 구간 중 보스포러스 해협 3.34㎞ 해저구간을 TBM으로 관통한 것이다. 당시 SK건설은 하루 평균 25톤 트럭 100대 분량의 토사를 퍼 올리며 7m씩 굴진했다.

특히 최고 수심 110m 해저가 모래, 자갈, 점토로 뒤섞여 쌓여 무른 충적층으로 이뤄진 데다 대기압 11배에 달하는 높은 수압으로 자칫 바닷물과 토사가 터널 안으로 유입될 위험이 높은 고난이도 공사였다고 SK건설 관계자는 말했다.

이진무 SK건설 유라시아 해저터널 현장소장은 “해저지층 상태를 정확히 알 수가 없는 만큼 최첨단 모니터링 장비를 24시간 가동해 TBM 굴진방향의 지질상태를 꼼꼼히 체크하며 공사를 진행했다”며 “동시에 터널 내부로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한 차수그라우팅 작업까지 수행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행능력을 인정받으며 유라시아 해저터널 프로젝트는 국제 무대를 휩쓸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주관하는 ‘지속가능경영 사회·환경분야 최우수 모범사례상’을 비롯해 세계적 권위를 가진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로부터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2016년 최고의 터널’ 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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