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쿠오 바디스, 터키?

입력 2016-08-01 10:44 수정 2018-0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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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 세르비아 대사

독일에는 약 300만 명의 터키인이 거주하고 있다. 그중 절반은 독일 국적자다. 독일이 경제 붐을 일으킨 1960년대부터 이주한 터키 노동자와 가족들이다. 독일 거주 외국인 중 터키계가 단연 가장 많고, 유럽에서 터키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도 독일이다. 2015년 11월 실시된 터키 총선에서 독일 거주 터키인의 60%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집권정당인 이슬람 보수당을 지지, 최종 득표율인 52%보다 높았다. 지난 7월 15일 터키 군부 쿠데타 발생과 진압 이후, 독일의 여러 도시에서 터키인들의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시위와 반대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독일과 터키의 관계는 특별하다. 예전 독일 제국과 오스만 제국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고, 1차 세계대전 때 오스만 제국은 오스트리아-독일 동맹 편에 섰다. 전쟁 패망 후 독일 제국과 오스만 제국은 붕괴되었다. 1923년 10월 29일 아타튀르크는 ‘터키 공화국’을 선포하고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유럽식 사회를 모델로 하는 대대적인 국가 개혁을 추진하며 친서방 정책을 폈다. 1928년 터키는 사용하던 아랍어 문자 대신 새로운 라틴어식 터키 알파벳을 도입하고, 1930년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하였다.

2차 세계대전 시 중립을 유지하던 터키는 1945년 2월 23일 연합국 측에 가담하며 독일과 일본에 전쟁을 선포했다. 터키는 1945년 설립된 국제연합(UN)의 창립멤버다. 1950년 한국전쟁 참여 후, 195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된다. 1963년 터키는 유럽경제공동체의 ‘연계 회원국’이 되었고, 그때부터 정식 회원 가입을 추진했다.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문제는 지금까지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지리적으로 영토의 97%는 아시아, 3%만이 유럽에 자리한 터키는 인구 약 8000만 명 중 99%가 무슬림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의 모든 회원국이 기독교 문화권인 반면 터키는 이슬람 문화 국가이다. 바로 터키의 그 지정학적, 문화적 차이를 EU 역할의 확대로 보는 견해도 물론 있다.

2004년 12월 터키는 40여 년 만에 EU 가입협상 국가로 인정받았다. 터키는 EU 가입협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2002년 사형 제도를 폐지했다. EU 측은 사형제 폐지 외에도 민주주의, 법치국가, 인권존중, 소수민족 보호,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특히 사이프러스) 노력 등 많은 조건을 터키에 요구했다. EU의 정식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재정, 사회, 문화, 학문 등 총 35개 분야에서 EU 수준에 도달할 협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식적으로 EU 가입협상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EU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지원금을 받게 되는데, 터키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EU로부터 48억 유로를 받았다. 그중 독일 분담금은 10억 유로였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터키에 배정된 EU 지원액은 44억5000만 유로다.

2005년 10월 3일 터키의 EU 가입 협상이 시작되었고, 35개 분야 중 ‘경제와 연구’ 오직 1개 분야만 협상을 마치고 1년 후 가입 협상이 중단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EU 회원국인 사이프러스가 전체 영토를 대표한다는 내용을 터키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4년 당시 그리스 군사정부가 사이프러스의 대통령을 축출하자 터키정부는 사이프러스 거주 터키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하여 북부 사이프러스를 점령하고 ‘터키 공화국’을 선포하였으나, 현재까지 국제사회는 이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5년 유럽에 시리아 등 중동지역으로부터 대량의 난민이 유입하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난민 대부분이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왔다. 2015년 독일로 유입된 난민 수는 110만 명에 달한다. 난민 유입 차단의 열쇠를 쥔 나라는 터키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2016년 3월 ‘EU-터키 난민협약’을 체결했다. 터키를 경유하여 불법으로 그리스에 들어오는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고, 대신 터키에 체류하는 시리아 난민을 EU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조건이다. 지중해를 거쳐 들어오는 난민들의 죽음을 막고 브로커들의 루트를 차단한다는 의도다. 현재 터키에 체류 중인 시리아 난민 270만 명 중 7만2000명을 교환 대상으로 하되, 우선 1만8000명을 EU가 받아들이고 2016년 3월 20일 이후 그리스에 불법으로 들어온 시리아 난민을 1:1 방식으로 터키로 송환한다는 내용이다. 우선 교환 대상자 1만8000명 중 독일이 1만5000명을 받겠다고 했고 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포르투갈이 받을 용의를 표명했다. 송환 비용은 EU 부담이다. 터키에 대한 반대급부는 △첫째, 터키의 오랜 소망인 터키인의 EU (솅겐 국가) 비자면제 협상 △둘째, EU 가입 협상 재개 △셋째, EU의 터키 체류 시리아 난민 지원금 30억 유로 조기 지불 및 2018년까지 난민 프로젝트 지원금 30억 유로 추가 지불이다.

‘EU-터키 난민협약’에 대한 EU 회원국들과 국제 인권단체, 독일 국내의 비판은 거셌다. 비인도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다. 지난 6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이용되었다. 터키의 EU 가입 시 영국에 대량의 터키인 유입과 이슬람화 우려를 강조했다. 이 난민협약에 따라 현재까지 그리스에서 터키로 송환된 시리아 불법 난민은 468명, 터키에서 EU로 넘겨진 시리아 난민은 798명(그중 294명 독일행)이다. 난민들의 발칸루트가 차단된 후 유럽에 유입하는 난민이 줄어들긴 했으나, 지중해를 건너는 아프리카 출신 불법 난민행렬은 줄지 않았다. 올해 들어 지중해에서 사망한 난민은 이미 3000명이 넘었다.

최근 독일과 터키관계가 악화되는 여러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1월 이스탄불에서 사원 테러사건으로 11명의 독일인이 사망했는데, 터키 정부는 이슬람국가(IS) 소행이라고 신속히 발표했으나, 독일 측은 정확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 후 이스탄불 소재 독일학교 폐쇄, 터키 주재 독일 언론인들에 대한 터키 정부의 각종 제재, 독일 언론의 에르도안 대통령 비판 풍자 보도로 양국관계는 계속 악화되었다. 5월 31일 독일연방하원에서 터키의 1915년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약 60만∼150만 명으로 추산)에 대한 ‘아르메니아-결의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양국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IS 퇴치를 위해 NATO 공군기지에 주둔 중인 독일군을 방문하려는 독일 연방하원의원들의 입국을 터키 정부는 불허했다.

7월 15일 밤 발생한 터키 군부에 의한 쿠데타는 6시간 만에 진압되었다. 터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각 분야에 종사하는 수만 명에 대한 해고, 체포, 구금이 뒤따랐다. 수많은 학교, 연구기관, 언론이 폐쇄되고 언론인과 지식인들의 여권이 취소되었다. 유럽 인권협약을 유예시키며, 사형제도 재도입도 고려한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사형제도 재도입에 대해 경고하고, 법치국가 파괴와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를 직접 표명하였다. EU와 회원국들은 사형제도 재도입은 EU 가입협상을 터키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민주주의와 법치국가 준수, 인권 존중을 촉구했다. 각국의 많은 정치가들은 EU의 대터키 지원금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일부 정치가는 EU의 대터키 경제 제재를 요구하기도 했다. 7월 22일 독일 제2 공영 TV(ZDF)는 독일인 87%가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터키는 유럽의 난민사태 해결, IS 격퇴 문제, 서방 측과 이슬람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역할 등 유럽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다. 쿠데타 불발 후 현재 터키가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개혁의 방향이 국부인 아타튀르크가 제시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친서방 정책의 유지인지, 아니면 방향을 변경하는 것인지 유럽은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7월 25일 독일 제1공영 TV(ARD)와의 인터뷰에서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사형제도를 요구하면 정치가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EU-터키 난민협약’ 준수에 대해선 터키는 의무를 지킬 것이나 EU 측은 터키에 난민지원금 송금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난민, 테러, 브렉시트, 터키 사태까지 독일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Quo Vadis, Tur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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