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잔고가 10만원 이하인 사실상 ‘깡통계좌’ 비중이 여전히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판매 시스템보다 판매자 개개인의 불완전 판매 위주로 단속이 이뤄지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잔고가 1만원 이하인 ISA 계좌는 전체의 57.8%로 집계됐다. 총 236만7000계좌 중 136만7000계좌다. 1만원은 넘지만 10만원 이하 계좌도 56만6000개로 23.9%에 달했다. 전체 계좌의 81.7%가 10만원 이하로 사실상 투자 의지 없이 설정된 것이다. 1000만원을 초과한 계좌는 7만6000개(3.2%)에 불과했다.
이는 ISA 출시와 동시에 금융회사들이 ‘고객 잡기’ 경쟁에 나서면서 소위 ‘묻지마’ 가입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의지가 없는 소액 계좌들만 양산된 셈이다.
그러나 금융위 측은 “ISA는 3~5년의 장기투자 상품이므로 우선 계좌부터 개설하고 그 이후에 본격 자산운용 수단으로 활용되는 특성이 있다”며 “가입 기간이 지나면서 계좌 잔액이 증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날 영업 현황 점검을 위해 한 은행 지점을 방문한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ISA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고 계좌당 불입금액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는 ISA 출시 직후인 3월 말 76.9%였던 1만원 이하 계좌 비중이 6월 말 현재 줄어든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같은 기간 1만원 초과~10만원 이하 계좌 비중은 13.8%에서 증가했다.
다만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는 풍선효과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깡통계좌가 양산된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이 5월 이후로 불완전 판매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한 은행 지점 관계자는 “실제 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1만원과 10만원 투자금이 무슨 차이가 있겠냐”며 “불완전 판매 단속이 강화되면서 너무 소액 계좌를 개설하면 눈치가 보여 투자자 돈에 판매자가 장려금 몇만원을 얹어 주는 등 편법 판매가 더 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불완전 판매를 부추기는 회사별 성과 책정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일부 판매사는 허수 계좌 양산을 막으려고 계좌 개설 수가 아닌 실질 액수 등으로 성과 책정 방식을 바꿨다. 그러나 이마저도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또 다른 은행 지점 관계자는 “계좌 수가 아닌 금액으로 평가하더라도 실적에 반영되는 이상 불완전 판매 우려는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