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대우에 이어 SK케미칼까지 최근 A등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이 연달아 성공하면서 A등급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불지 관심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일부 이름있는 회사채에 국한한 것으로 회사채시장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20일 크레딧 채권시장에 따르면 19일 SK케미칼이 실시한 2년물 600억원과 5년물 300억원 등 총 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 예측규모보다 많은 총 1120억원(2년물 1010억원, 5년물 110억원)을 발행키로 했다. 발행금리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2년물은 오버 19bp, 5년물은 오버 30bp였다. 이날 금리범위(밴드)내 입찰 규모는 2년물이 1040억원 5년물이 110억원 등 총 1150억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다.
앞서 지난 7일 실시한 포스코대우 회사채(A+등급) 3년물 1000억원어치 수요예측도 초과수요(오버부킹)를 기록하며 1500억원 발행이 확정됐었다. 표면이율은 2.072%로 3.7대1의 경쟁을 기록했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를 계기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산하면서 A등급 회사채시장까지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같은 평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조심스런 입장이다. 박태우 삼성증권 크레딧채권 연구원은 “브렉시트에 채권시장으로 돈이 몰렸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A-등급 회사채는 안전자산이 아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두 회사의 수요예측 호조를 두고 모(母) 계열사 이름(브랜드파워)에 기대 겨우 발행에 성공한 정도라고 평가했다. 여전히 A등급 내에서도 플러스(+)냐 마이너스(-)냐에 따라 편차가 있어, 결국 회사 사정에 따라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크레딧채권 연구원은 “A등급 전체로 좋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근 회사채 발행은 될 만한 회사들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연구원도 “싱글 A등급 회사채는 전혀 팔리지 않고 있다. 포스코대우도 최근까지 AA-등급이었다”며 “SK케미칼 역시 SK라는 브랜드가 먹힌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A등급 회사채 한화의 경우 3년물 1000억원어치 입찰에서 230억원 미매각이 발생했다.
장기물보다는 단기물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점도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SK케미칼 수요예측 규모 역시 5년물이 2년물의 절반에 그쳤다. 아울러 5년물은 미매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회사채 시장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이같은 구조조정이 철강업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안주영 신영증권 크레딧채권 연구원은 “크레딧 채권시장은 차별화가 여전하다. 기업별로 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이 올해 안에 끝날 가능성이 낮은데다 해운업 이후에도 철강업종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 이같은 상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임정민 연구원은 “작년말과 올 상반기에 비해서는 시장이 좀 안정되는 분위기다.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며 “최근 대외변수도 당장의 영향보다는 시간을 두고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올 하반기로 갈수록 하위등급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