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기적으로 보험사기적발 건수를 발표하고, 보험사에 특별조사팀(SIU)이 존재하는 것도 모두 보험 사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지난 5일에도 2014년부터 1년간 음주·무면허를 숨기고 보험금을 타낸 1435명(17억 원)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몽둥이도 한쪽만 휘두르면 문제다. 보험은 일방이 아닌, 쌍방의 계약이다. 보험 가입자가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는 것도 사기의 영역이지만, 보험회사가 부당하게 지급을 미루거나 거절하는 것도 사기다. 법적인 약속인 ‘약관’을 스스로 어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살보험금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보험사는 약관에 ‘가입 2년 뒤 자살했을 경우 재해사망보장금을 준다’고 해놓고는 소멸시효 경과 등을 이유로 지급을 미루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림프절로 전이된 갑상선암에 대한 보험금을 80%가량 과소 지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량한 가입자 입장에서는 마땅히 받아야 할 보험금을 받지 못했으니 사기 당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하지만 보험사의 부당한 지급 거절에 대한 처벌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이 법은 보험 사기 범죄에 대한 형량을 ‘10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반면, 보험회사가 보험 사기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룰 시 가해지는 제재란 고작 과태료 1000만 원뿐이다.
한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한 달 당기순이익만 수백억 원이 되는 보험사들이 1000만 원 과태료를 무서워하겠냐”며 “조사한다고 해놓고 지급을 미루는 일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 사기나 보험사 사기나 모두 나쁘다. 중요한 건 보험 신뢰를 저버리는 양쪽 모두에 동등한 수위의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보험 신뢰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