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문화를 살리자

입력 2016-06-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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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필자는 2013년, 2014년에 세계 최대 디자인페스티벌인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 전통공예 전시를 기획하였는데 그 전시의 주제가 바로 ‘법고창신’이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은 연암 박지원 선생의 ‘초정집서’에 나오는 말로,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전통공예의 가치는 그대로 살리면서 시대에 맞게 진화된 전통장인들의 공예품을 선별, 전시했고, 이 전시에 소개된 우리 공예품은 관람객은 물론 세계적 예술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전시 작품의 대부분이 현지의 유명 컬렉터 및 대영박물관, 빅토리안 알버트 박물관 등에 소장되었고, 전 세계 여러 도시의 초청으로 런던, 타이페이, 항저우에서 전시가 이어졌다. 달항아리, 한지조명, 나전소반, 옻칠 콘솔 및 한산모시 조각보, 방짜유기 좌종 등 오랜 전통과 우리만의 정체성을 품은 작품들이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이 작품들은 모두 우리의 전통장인이 만든 우리의 전통공예품이었다. 정작 우리는 옛것이라고 폄훼하고 돌보지 않던 우리 전통공예품을 이탈리아의 유명 평론가 크리스티나 모로치 여사는 “모던을 넘어선 슈퍼 모던”이라고 극찬하였다.

정작 해외에서는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큰 성과를 얻었으나 아직도 우리 전통문화는 문화정책에 있어 뒷전이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은 문화의 허울로 위장한 ‘돈’과 ‘경제’만을 앞세운 싸구려 장삿속일 뿐이다.

문화란 인간의 노력과 시간이 만들어낸 소중한 가치다. 한 나라를 상징하는 문화는 역사와 정체성의 기반 위에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한다. 문화는 오랜 세월 진화를 통해 이루어진 가치이기 때문이다. ‘전통’의 사전적 의미는 ‘지난 시대에 이미 계통을 이루어 전해 내려오는 사상과 관습, 행동’이다. 가치를 보존했기에 스스로 살아남아 전해진 것이 바로 ‘전통’이라는 뜻이다. ‘전통’은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가치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에는 전통적 가치창출에 관한 부분이 빠져 있다. 시간적 투자보다는 당장 경제적 실익만을 따지는 졸속행정뿐이다. 한류상품을 얼마나 수출하는가, 얼마나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가를 핵심으로 삼으면서도 상품을 더 팔고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하여 연구하고 고려해야 할 본질이 우리의 ‘전통문화’라는 것을 아무리 설명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이제 필자는 디자이너로서, 전통공예 컬렉터로서, 그리고 전통문화 전시기획자로서 일했던 경험을 국회의원의 역할에 실으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을 세밀하게 살피고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전통의 기반 위에서 계발시켜 나가기 위해 법고(法古)하며 창신(創新)하는 비전을 제안하려 한다. 더 늦기 전에 힘들게 전통기술을 전승하고 있는 장인들을 보호 육성하려 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고 전통에 뿌리를 둔 문화정책의 비전을 바로 세우는 20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활동, 국민들께서 성원해 주시기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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