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소년에게 백일장이란?

입력 2016-06-21 10:43 수정 2016-06-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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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용 하이투자증권 자금팀장

국민학교 세대인 나는 국민학교 졸업 때까지 시골(아니 그건 너무 평범한 표현이고 사실은 깡촌)에서 보냈다. 학교 교사이셨던 아버지 덕분(?)이었다.

4학년까지 살던 경기도 광주의 우리 동네는 지금은 온통 골프장이 들어서 있지만 그 시절엔 내가 겨우 2학년 때가 돼서야 전기가 들어온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리고 5학년 때 이사를 한 곳은 요즘은 실미도, 천국의 계단 촬영지로 잘 알려진 ‘무의도’란 섬이었다. 그때는 인천의 연안부두라는 곳에서 관광5호란 여객선이 섬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섬을 떠나 육지로 나온다는 것은 대단한 이벤트였다. 방학 때 할머니 댁에 가기 위해 나오는 것 이외에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았다.

그런 내가 인천이나 서울에 내 힘(?)으로 나올 기회는 일 년에 한두 차례 있는 백일장이나 웅변대회 같은 행사 때였다. 전교생이 1백 명 남짓 되다 보니 선생님 댁 자제라는 약간 옹색한 메리트와 나름 있다고 자부하던 글 솜씨 덕에 나는 가끔 서울구경, 인천구경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백일장을 앞두고 학교에서 사전 준비도 많이 시키고 했지만 실상 나는 백일장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렴풋한 기억에 백일장에 나가서 상을 탔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이신 아버지를 따라 어린이 대공원에서 열렸던 백일장에 참석하러 가던 길에 탄 전철, 그리고 아버지께서 사주시던 자장면의 고소함은 또렷하다. 시간이 흘러 그 시절의 섬 소년은 그때 자장면을 사주시던 담임선생님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었고, 다행인지 소년은 시인이 되지는 않았고 그 소년의 담임선생님은 60의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하셨다.

소년에게 백일장은 글을 쓰는 대회가 아닌 세상을 내다보는 유리창이었다.

시간이 지나 이젠 모든 것이 아련하고, 그 소년은 이제 자장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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