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출판산업에서 수입이 중요한 까닭

입력 2016-06-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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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의 국제 거래에서 통상 수출이 많고 수입이 적으면 좋은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과 수입 액수 간의 차이가 커질수록 해당 분야의 산업이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그리고 게임산업 등에서의 수출 증가는 해당 국가의 문화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척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문화산업에서는 그러나 이와 같은 일반적 통념이 완전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수출도 중요하지만 수입 역시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판산업은 수출이 증가해야 하지만, 수입도 증가해야 하는 특이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 출판 현황은 그렇지 않다. 출판 분야의 수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수입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국내 출판산업은 2009년에 2500억 원의 수출을 기록했고 2013년에는 2900억 원으로 수출 실적이 늘었다. 그러나 수입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2009년 해외 출판물의 수입액이 3483억 원이었으나 2013년에는 2543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수출은 16.3% 증가를 보인 반면, 수입은 무려 27% 넘게 감소했다.

문제는 출판 분야만큼은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늘어나야 한다는 데 있다. 외국어로 된 책의 수입이 증가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외국에서 발전된 지식의 국내 유입과 이에 대한 전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외국 출판물의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은 문학 분야부터 전문 서적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지식의 유입이 더디거나 아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 문화 선진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확연히 현실로 나타난다. 미국은 영화, 텔레비전과 같은 영상산업의 경우 수출은 급속도로 확대되는 반면 수입은 별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한 국제 무역수지 확대를 실현하고, 문화산업 분야에서의 지배력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출판산업 분야만큼은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맞추고 있다. 자국에서 만들어지는 출판물의 해외 수출도 늘어나지만, 다른 나라 언어로 만들어지는 출판물의 수입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1990년도 출판물의 수출과 수입 비율은 1.65:1로 수출이 더 많았다. 그러나 2004년에는 그 비율이 0.9:1로 수입이 수출을 뛰어넘었다. 2010년에도 그 비율이 1.08:1로 수출과 수입이 사실상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많은 해외 출판물을 발빠르게 번역, 국내 독자들에게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지식의 전파를 앞당기고 있다. 해외 출판물의 수입이 감소할 뿐 아니라, 출간물 수입 중 번역 비중 역시 2003년 29.4%에서 2013년에는 21.6%로 감소하는 국내 추세와는 전혀 다른 현상을 보인다. 최근 소설가 한강씨가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일컫는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국내 문학의 해외 번역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독서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 출판물의 국내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현상은 전혀 놀랄 일도 아니다. 책을 읽지 않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생성된 새로운 지식에 대한 흡수가 더디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출판 분야만큼은 해외 수입이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출판업계는 문학 작품부터 전문 서적에 이르기까지 해외 출판물의 수입과 번역에 보다 많은 고민을 기울이는 동시에 실질적으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해외 출판물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외 출간물의 수입과 번역을 통해 신지식의 확대와 국민들의 책 읽기 습관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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