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전 한은총재 “구조조정에 발권력동원, 국가운용능력 없는것”

입력 2016-04-2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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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한은 동원은 위기때마다 반복된 문제..경영·감독 등 태만 감추는 일

권한·책임·역할·절차 가볍게 여겨선 안돼..한은 독립성은 나라·국민 경제 위한 것

“제대로 된 나라는 그런 것(한은 발권력 동원) 안한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이성태(사진) 전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이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조선과 해운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한은의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지원, 즉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논란에 이같이 일갈했다.

그는 각 기관의 역할과 절차, 그리고 사태를 이렇게 만든 권한과 책임 문제 등을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중요한 것은 각 기관이 부여받은 역할이고 시행하는 절차에 있다. 금통위원 7명이 결정하는 것은 (발권력을 동원해 지원한다면) 우선순위와 필요성, 사회적 합의가 생략되는 것”이라며 “해당 산업과 산은, 수은 부실과정에서 그 부실이 불가피했느냐는 경영과 관리감독 등 평가문제 또한 생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은 등에 출자해 살려야 되겠다 싶으면 정부에서도 지출 우선순위 등 판단과정이 필요하다. 또 국회에서도 평가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발전하는 민주국가는 절차 민주화를 중요시한다. 절차가 올바를 때 승복하게 되는 것이다. 급하다고 무시하면 안된다”며 “중앙은행의 국채 직접인수를 금지하는 국가가 많다. 미 연준(Fed)도 정부가 국채를 직접 인수하지 않는다. 중앙은행 독립성은 중앙은행을 위해 있는게 아니다. 나라와 국민 경제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정하고 밀어붙이면 막을 사람이 없다. 권한과 책임, 역할분담을 가볍게 봐도 되는 것인지 (개탄스럽다)”라고 덧붙었다.

이 전 총재는 이같은 상황이 위기때 마다 재현되고 있다는 점도 안타까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고도 해법은 옛날방식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는 “(한은 더러) 산금채(산업은행채권)를 인수하라는 요구는 대한민국이 생기고 어려울때마다 나온 이야기”라고 운을 떼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은의 수출입은행 출자와 1993년 한은의 투신사 지원 일화를 소개했다.

이 총재는 “전철환 총재 때였다. 외환은행 수습과정에서 한은더러 외환은행에 출자하라는 압력이 거셌다. 반면 전 전 총재는 일반은행이 된 외환은행에 출자할수 없다고 버텼다. 온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법 때문에 못한다는게 말이 돼냐 해서 전 전 총재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었다”며 “당시 정부에서 내놓은 안이 법상 가능한 수은 출자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수은이 필요한 돈에다 외환은행에 필요한 돈을 얹어 한은이 출자했다. 이후 수은은 자기 몫을 떼고 외환은행에 출자했다”며 “외환은행이 결국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넘어가면서 한은에 대한 원성이 높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1989년 주식시장에 투신사가 개입하고 거덜났다. 1993년 금융이 망가지게 되면서 결국 한은이 은행에 3%짜리 저리자금을 대주고 은행이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13%에 매입했다. 10% 마진을 갖고 은행이 투신에 빌려준 돈의 금리를 낮춰줬다”며 “당시 총재였던 조순 총재는 한은이 투신3사를 지원하는 대신 정부에 먼저 국회동의를 받아오라고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자금이 부족해 금융시장이 마비될 경우 금융시장을 돌아가게하는 것은 한은의 임무다. 반면 적자가 나서 쓰러지게 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금융시장 전체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런 지원이 있게 되면 결국 나중엔 (한은도)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해서 한 것이지 정부 지시로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만 남게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과정서 나왔듯 법 개정까지 하는 건 더 나쁜 이야기다. 차라리 필요하면 외국처럼 1회용 법을 만들라”며 “수은 출자도 옛날 옛적 것을 갖고 계속 써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끝으로 “5년 10년마다 불경기가 찾아오고 있다. 한번 올 때마다 거대산업 한 부문이 멍든다. 시멘트가 그랬고 80년대 해운이 그랬다”며 “1998년 위기를 겪고도 땜질식 제도와 관행이 달라진게 없다. 제대로된 절차가 없다는 건 국가운용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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