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내달 히로시마 방문…‘사죄 외교냐 Vs 핵폐기 노력이냐’ 논란

입력 2016-04-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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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7일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제2차 세계대전 피폭지인 일본 히로시마를 찾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가해자라는 역사적 사실을 희석시키고, 오히려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역사 왜곡의 빌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히로시마를 찾는 건,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숙원사업인 핵 폐기에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26, 27일 일본 미에 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직후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대로 이를 정식으로 결정해 다음 달 초 일본에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임기 내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의 비핵화 연설을 정치적 업적으로 남기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일 임기 중 마지막이 된 핵 안보 정상회의 폐막 후 기자 회견에서 “많은 일을 하다가 말았다”고 핵 폐기를 둘러싼 대응의 정체를 인정했다. 그는 2009년 4월 체코의 수도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장, 같은 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전략 핵탄두 배포 제한을 골자로 한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체결함으로써 핵 군축에서 폐기로의 흐름이 정착하는 듯했다.

그러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복귀한 2014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리미아 반도를 편입, 이를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며 핵 군축의 기운은 사그러들었다. 이로 인해 ‘핵무기 없는 세계’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도 난처해졌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방문을 구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을 결정한 데에는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의 영향이 컸다. 케네디 대사는 지난달 일시 귀국했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히로시마행을 재차 호소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케네디 대사는 2008년 대선전에서 오바마를 지지, 그가 대통령이 되는데 큰 도움을 줬다. 그런 그가 히로시마행을 주장하면서 핵 폐기 노력을 가속화하려던 오바마를 자극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미국 각료로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위령비에 헌화, 워싱턴으로 돌아간 뒤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의 방문을 계기로 히로시마에 대한 여론이 표면화한 만큼 오바마의 부담은 그만큼 덜어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에 대한 반발은 컸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최초로 핵무기이 희생된 히로시마 만큼 (‘핵무기 없는 세계’를) 강하게 상징하는 도시는 없다”고 강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미국 최고 사령관을 겸하는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면 ‘사죄 외교’로 받아들여져 공화당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유력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라이벌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지난달 한일 핵무장을 옹호하는 등 핵을 지지하는 만큼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은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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