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2명의 정상을 포함한 유명인의 조세회피를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후폭풍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가뜩이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찬반 투표를 앞두고 국론이 양분된 상황에서 신뢰도까지 하락하면서 캐머런 총리는 진퇴양난에 처하게 됐다는 평가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6~7일에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캐머런 총리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한 응답자 비율은 3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3년 7월 이래 최저치다. 반면 캐머런 총리가 업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58%에 달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파나마 페이퍼스 공개를 통해 캐머런 총리의 부친 이언 캐머런(2010년 9월 사망)이 조세 역외펀드를 설립, 조세를 회피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진행된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해 역외펀드를 통한 수입은 전혀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해오다 지난 7일 과거 해외펀드 지분 보유 사실을 인정, 뒤늦게 해명에 나서 논란을 키웠다. 이와 관련해 제1 야당인 노동당 출신의 전 런던시장 켄 리빙스턴은 “당장 물러나야 할 뿐만 아니라 캐머런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영국에서는 오는 6월 23일 있을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진행된다. 캐머런 총리는 EU 잔류를 지지하고 있지만, 내각에서도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이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캐머런 총리의 국정 운영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브렉시트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편, 이슬란드의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총리는 지난 5일 파나마 페이퍼스 공개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전격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