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국민연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

입력 2016-03-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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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선거철만 되면 각 정당은 복지 공약을 만들기에 분주하다. 증세를 안 하면서 복지 시책을 추진하려 하니 막대한 재원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을 활용하려고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10조 원을 투입해 공공 임대주택을 152만 호, 국공립 어린이집을 5600개 짓겠다고 발표했다. 심화되는 임대주택난과 보육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현재 500조 원에 달하고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으므로 국민연금을 공공사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방안은 더민주당뿐만 아니라 정부와 다른 정당에서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과연 국민연금을 공공사업이란 명분으로 활용해도 괜찮은 것인가? 국민연금의 기본 목적은 가입자들의 노후 소득 보장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도입 당시보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금리는 떨어지는 등 여건 변화로 일부 연금개혁에도 불구하고 2043년부터 적자가 발생해 2060년경에는 기금이 완전 고갈될 전망이다. 기금이 고갈될 경우 연금 지급을 지속하려면 미래 세대는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최대 과제는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납부율을 높이거나 지급률을 낮추는 방안과 국민연금 수익률을 최대한 높이는 방안이 있다. 전자는 국민의 부담이 크므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운용의 중점은 국민연금 투자금이 떼이지 않도록 하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두어야 한다. 가입자를 위한 대출 등 서비스나 공공 목적의 투자도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 목적에 투자한 결과 수익성이 낮아져 연금 납부율을 높이거나 지급 금액을 낮추게 된다면 그 부담은 모두 가입자인 국민이 지게 된다.

이번 더민주당의 국민연금을 동원해 임대주택과 어린이집을 짓겠다는 공약을 보면 정부가 임대주택과 어린이집을 짓기 위한 특별채권을 발행하고 국민연금은 정부 국채를 매입하되 수익률은 충분히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즉 임대주택 수익으로 국민연금이 손해 보지 않는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더민주당 주장대로 정부가 시장 수익률로 국채를 발행해 임대주택과 어린이집을 짓겠다면 굳이 국민연금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 만일 정부가 발행하는 임대주택 목적의 국채가 다른 투자보다 나으면 국민연금은 당연히 매입할 것이고 아니면 정부는 다른 투자자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국채의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보다 낮아 국민연금에 강제 매입하도록 하는 경우이다. 공공성 있는 사업이라도 국민연금이 더 좋은 투자 기회를 포기하고 투자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게 된다.

기금운용에 공공사업을 이유로 개입하면 수익성 극대화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도 가져온다.

즉 기금운용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개입으로 기금운용을 자유롭게 못 했으므로 기금 수익률이 나빠져도 책임이 없다는 변명을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도 연금 운용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가입자에 대한 최대한의 혜택은 납부는 적게 하고 받는 금액은 많게 하는 것이다.

임대주택이나 어린이집같이 국가적으로 필요한 투자는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재원 조달상 국민연금이 필요하면 시장 가격에 의한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면 투자 인력 운영, 투자 대상 결정 등 운용면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정치권이 국민연금 운용에 개입할수록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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