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인 부광약품 지배주주들의 지분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공동 창업주 고(故) 김성률 명예회장과 김동연(69) 회장 일가가 엇비슷하게 균형을 맞춰왔던 구도가 급격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김 명예회장 별세 이후 지분을 상속받은 자녀들이 지난 4월말 이후 부광약품 지분을 대거 처분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이를 통해 김 회장의 최대주주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 정기 주주총회 때는 김 회장이 아들이 등기이사에까지 선임됨으로써 부광약품 지배구도의 무게중심은 김 회장 일가 쪽으로 급속이 이동하고 있다.
◆부광약품, 고 김성률 명예회장ㆍ김동연 회장 공동창업
아락실, 파로돈탁스 등으로 유명한 부광약품은 지난 1960년 10월 고(故) 김성률 명예회장과 김동연(69) 회장 등의 공동창업으로 설립됐다.
1995년 세명약국으로 시작, 지난 1999년까지 회장을 지내다 이후 명예회장으로 부광약품을 이끌어왔던 김 명예회장은 지난해 7월 타계했다.
당시 김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부광약품 지분은 7.78%. 이후 김 명예회장 지분은 올 1월 김기환씨를 비롯해 6명의 자녀들에게 분할 상속됐다.
이를 통해 김기환씨 및 5명의 형제자매로 구성된 특수관계인들은 15.93%의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 김 명예회장 별세 이전까지 특수관계인으로 편입돼 있던 김 명예회장의 동서 정창수(71) 현 부회장 11.91%를 합하면 27.85% 수준이었다. 김동연 회장(25.12%)은 3명의 자녀 지분을 포함해 27.76%였다.
한마디로 공동 창업주 일가는 당시까지만 해도 서로 균형을 맞춰 엇비슷하게 부광약품 지분을 보유해왔던 셈이다.
◆김 명예회장 자녀들 4월말 이후 잇따라 지분 처분
하지만 이 같은 균형은 지난 4월말 이후 김기환씨의 형제자매들이 잇따라 보유주식을 처분하면서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김기환씨가 제출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5% 보고서)’에 따르면 김기환씨 형인 김경환씨와 2명의 누이들은 지난 4월말과 지난달 초에 걸쳐 2.60%(63만주 가량)를 장내 처분했다.
이어 지난 23일에는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2.59%(63만주 가량)가 외국인 및 기관들에 추가로 매각됐다.
이로인해 김기환씨 등의 지분은 현재 10.74%로 낮아진 상황이다. 또 정 부회장도 올 1월에 2만5000주를 처분하면서 현재 지분은 11.81%다. 두 지분을 합해도 22.56% 수준으로 낮아져 있다. 반면 김동연 회장 등은 여전히 27.76%를 유지하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고 김 명예회장의 자녀들이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 김 명예회장의 자녀들은 현재 회사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회장 아들 지난달 정기주총때 등기이사 선임
부광약품은 김 회장과 정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있으면서 전문경영인인 이성구(53)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 일련의 지분 이동이나 경영구도를 놓고 볼 때 상대적으로 김 회장의 부광약품에 대한 지배기반이 한층 견고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 정기주총때는 김 회장의 아들인 서강대 화학공학과 및 미국 보스턴대 경제학과 출신의 김상훈(39) 상무가 등기이사에 선임됨으로써 ‘2세 체제’ 기반까지 마련해 놓았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일원으로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회사의 주요 결정에 관여하는 자리다.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만큼 비등기이사(집행임원)보다 권한도 크고 책임도 막중하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당초 공동 창업주 일가는 보유지분을 엇비슷하게 균형을 맞춰 왔으나 최근들어 고 김 명예회장의 자녀들이 잇따라 보유지분을 처분하면서 지배주주의 무게 중심이 김 회장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