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2위권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상반된 경영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업계 1위 수준의 성장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계 3위로 밀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리스크관리와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오는 25일 자산 100조원 달성을 기념한 행사를 연다.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이 지난 2002년 12월 한화그룹에 인수됐을 당시 자산규모는 29조원. 13년 만에 3배 이상 자산이 증가한 만큼 그간의 성장을 기념하고 직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다짐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한화생명은 생보업계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반면 교보생명은 리스크 관리로 안정적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통한다.
두 회사의 경영스타일은 지표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한화생명은 수입보험료, 투자영업이익 등에서 월등히 앞선다. 생명보험협회가 집계한 작년 11월 통계(누적 기준)를 살펴보면 수입보험료 일반계정은 9조3759억원으로, 교보생명 실적을 2조원 이상 웃돌았다.
한화생명은 신계약 건수에서도 교보생명을 앞섰다. 같은 기간 개인보험 신계약 건수는 77만6856건, 단체보험 신계약 건수는 88만4522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교보생명은 내실 경영에 치중하고 있다.
신계약 단체보험만 놓고 봤을 때 건수는 한화생명이 5배 이상 많았지만 정작 금액은 교보생명이 나은 실적을 올렸다. 사업비 역시 한화생명은 1조원 넘게 지출하는 반면 교보생명은 7000억원대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다른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상반된 오너십이 자리잡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생명을 ‘그룹 성장의 축’이라고 표현하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2년 전 한화생명의 수익성 개선과 구조조정 업무를 자신의 최측근인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을 배치하며 지원에 적극 나섰다. 김 회장의 추진력을 반영하듯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의사 출신인 신 회장은 꼼꼼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우리은행 인수를 번복하고, 한화생명과 달리 인터넷은행 진출을 접은 것도 신 회장의 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교보생명은 경제5단체가 선정한 투명경영기업에 금융권 최초로 뽑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월납월초 신계약 등에서는 업계 2위고, 당기순이익에서는 교보생명이 2위”라며 “한화생명이 독보적 1위인 삼성생명을 겨냥하고 있는 반면 교보생명은 내실 경영에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