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각] 호모헌드레드 시대의 청춘

입력 2016-02-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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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화자(話者)처럼, 우리는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선택한 후에도, “그때의 선택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놓은 것”이라고 후회하곤 한다. 그렇게 연속되는 선택과 크고 작은 후회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흔히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은 젊은 시절에 이뤄진다고 한다. 입시 때 학교와 전공을 결정하면서, 특히 진로를 결정하거나 배우자를 선택하면서,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는 굵직한 선택을 거듭해 왔다. 그렇다면 중요한 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수많은 선택과 후회로 점철된 젊은 시절을 거쳐 얻은 안정된 인생, 혹은 괴로운 인생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까. 대부분은 젊은 시절에 만들어진 인생을 습관적으로 수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실 이런 고민이 사치스러울 정도로 우리들의 일상은 바쁘고 고단하다. 일상에 치이다 보면 미래를 멀리 내다보기도 힘겹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어렵다. 잘 닦아놓은 넓은 길을 따라 걷고 싶어 할 뿐, 불확실하고 위험한 선택의 시간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심리적 은퇴를 늦춰야 할 때다. 유엔은 2009년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100세 장수가 보편화된 ‘호모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통계청은 지난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82세에 이른다고 밝혔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150세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청춘 시절에 만들어진 인생의 밑그림으로만 100세까지 버텨낸다는 것은 남은 생에 대한 방임과도 같다. 앞으로는 인생의 이모작을 넘어 삼모작이라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1년 법정 정년제도를 폐지한 영국처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정년이 무의미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건강하고 실력만 있으면 고령의 나이에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문제는 ‘정신적 젊음’이다. 정신적 젊음은 사회나 의학이 연장시켜 줄 수 없고,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의식적으로라도, 용감히 새로운 선택을 하고 후회를 감수할 수 있는 정신적 젊음의 시간을 연장시켜야 한다.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에 따르는 후회까지 소화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신적 젊음을 연장시켜 놓지 않으면, 정년이 없는 사회에서 아무리 신체적으로 건강해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청춘을 이렇게 정의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안일한 삶 너머의 모험을 향해,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가 지배함을 뜻한다.” 가지 않은 길을 기꺼이 선택하고 걸어갈 수 있는 한, 호모헌드레드 시대의 청춘은 영원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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