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로 혼란과 대립,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조사결과가 있다. 브랜드 38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5 TV 광고모델 선호도 조사’다. 유재석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전국 1088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유재석은 26.4%의 지지를 얻어 17.1%의 전지현, 12.4%의 김연아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10여 년 동안 유재석은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 조사뿐만 아니다. tvN ‘명단공개 2015’ 제작진이 지난 8월 시청자 5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톱스타’ 설문 조사에서는 55.1% 응답자가 유재석을 좋아하는 스타로 꼽아 1위에 올랐다.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사람’ 조사를 비롯한 연기자 가수 예능인 스포츠 스타 등 연예인과 유명인을 망라한 각종 인기도 조사에서 유재석을 능가할 스타는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계속된 현상이다.
대단하다. 연예계에선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고 정상에 있는 스타가 바닥으로 추락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살벌한 생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연예계에서 10여 년 넘게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유재석이다.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뭘까.
초심의 견지다. “방송이 너무 안 되고 하는 일마다 자꾸 어긋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간절하게 기도했지요.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단 한 번만 개그맨으로서 기회를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991년 KBS 대학 개그제 입상으로 연예인이 됐지만, 그는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무명 생활을 10여 년 견디고 스타가 됐다. 스타가 된 뒤에도 변하지 않고 유재석은 무명 때 다짐했던 대로 대중과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하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어떤가. 선거기간 수많은 공약을 남발하며 국민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선과 동시에 정치인들은 초심과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국민에게 등을 돌린다.
‘정재승+진중권 크로스’에서 진중권 동양대학 교수는 “유재석은 조용히 제 역할을 수행한다. 일부러 남보다 좀 모자라는 듯이 행동함으로써 출연한 멤버들을 자신보다 돋보이게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끼를 맘껏 발산하게 유도한다. 이렇게 스스로 나대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희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데 과연 누가 그를 미워할 수 있겠는가”라고 분석했고,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유재석은 자신을 낮추고 초대 손님을 높이는 겸손한 스타일. 여러 출연자에게 고루 말할 기회를 주며 배려하는 성품이 인기비결”이라고 진단했다. 최고의 스타이면서도 프로그램과 사생활에서 자신을 죽이고 남을 살리며 반대의견도 폭넓게 수렴하는 소통과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실천하기에 동료 연예인과 대중은 유재석에게 감동하며 사랑을 보내는 것이다.
권력을 잡은 우리 정치인의 행태는 어떠한가. 권력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국민과 소통하기보다는 군림하려는 불통의 제왕적 리더십으로 일관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보인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정치인의 행태에 적지 않은 국민이 실망하고 등을 돌리고 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 유재석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국민을 대립과 갈등으로 내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