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재산상 손해 가능성만으론 처벌 안돼”

입력 2015-10-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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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점장 지급보증 잘못… 대법, 특경법상 배임죄 적용 파기

대법원이 최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은행 지점장 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내놓은 배임죄 판례는 처벌 기준을 엄격히 제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박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판결은 은행 지점장이 지급보증을 잘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임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본 첫 사례다. 우리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박씨는 2011년 10월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지점장 명의의 지급보증서를 S석유 직원에게 작성해줬다. 그러나 지급보증서의 근거가 된 물품거래는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박씨가 지급보증서를 작성한 이상 우리은행이 지급보증서상의 10억원의 채무를 부당하게 부담하게 됐다고 판단해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유죄판결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박씨가 우리은행을 대리해 지급보증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지만, 해당 물품거래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아 채권-채무관계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박씨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배임죄를 판단하는 데 있어 요구되는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건이다. 지난 9월 대법원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회장에 대해 “배임 혐의를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회장은 2007년 일본 도쿄의 팬재팬(Pan Japan)을 통해 빌딩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CJ그룹 일본 법인이 4700만엔(약 323억6526억원)의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는데, 검찰은 이 행위가 배임이라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의 재판부도 검찰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회장에 대해 가중처벌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이 아닌 일반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CJ일본법인이 연대보증을 설 당시 대출구조상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출금 채무만큼의 손해를 입힌 게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리대로라면 300억원대 배임액수는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임액수가 줄어든 것을 정상참작할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도 있다. 과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도 2심에서 인정한 범죄액수가 1797억여원에 달했지만, 대법원에서 “400억여원의 배임액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결이 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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