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천수답에서 ‘수리안전답’으로

입력 2015-10-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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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산업2부 차장

천수답의 사전적 의미는 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자연강수(눈·비)만으로 용수를 충당하는 논이다. 쉽게 말해 운이 좋아 비가 오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토다.

국내 유화업계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그간 안이하게 천수답 경영을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화업계는 국제 유가의 향방에 일희일비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우호적일 때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지만 작년 말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수십년 만에 대규모 적자에 빠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향방이 심상치 않다. 아니 국제유가를 뒤흔들 악재가 산적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40년 만에 원유 수출을 재개하고 국내 유화업계의 최대 시장인 중국 역시 순 제품 수출국으로의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하원 에너지·전력 소위원회는 9월 10일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를 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상원이 원유 수출 금지 해제를 결정하면 1975년부터 유지해온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정책이 폐지되게 된다.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해제로 미국 내 원유 생산이 현재 하루 930만 배럴에서 2020년 1050만 배럴로 늘어날 경우 그중에서 230만 배럴 정도가 수출될 전망이다. 그리고 수출 물량 중 160만 배럴 정도가 아시아로 갈 것으로 예측된다.

또 수입국이던 중국은 정제설비 규모를 늘려 순수출 국가로 탈바꿈했다. 중국의 정제설비 규모는 2008년 일일 900만 배럴에서 올해 1300만 배럴로 늘어나며, 2018년에는 1500만 배럴에 육박할 전망이다. 중동과 인도 역시 2008년 각각 800만 배럴, 300만 배럴이던 일일 정제능력이 2018년 1000만 배럴, 500만 배럴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화업계의 경영 성적표를 좌우할 국제원유 가격의 향방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모건스탠리는 셰일가스 산업이 악화되면 생산을 줄이게 되고, 그에 따른 공급 축소로 유가가 오른다며 2016년 유가 전망을 60달러 수준으로 내놨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셰일가스와 중동산 원유 간 경쟁이 더 심해지고 중국 등 주요 소비국의 수요가 줄고 있어 배럴당 2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 말 유화업계가 최악의 실적을 냈을 때보다 유가가 더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천수답 경영의 폐해에 직면한 유화업계가 수리안전답(水利安全畓)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리안전답은 한해(旱害)를 극복하고자 저수지·양배수장·보·집수암거·관정 등의 수리시설을 통해 인위적인 관개(灌漑)가 가능한 논이다. 유화업계는 수리안전답을 갖추기 위해 사업다각화에 신경을 써왔다. 하지만 여전히 정유 사업이 비정유 부문보다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닥쳐오는 글로벌 경제의 위협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수방관하지 않고, 이에 대비해 인재를 키우고 체제를 혁신하는 등 끊임없는 경영 개선 노력을 추구해야 한다. 원유 도입을 다변화해 비용을 절감함은 물론 수출처를 늘리고 사업을 다각화해 국제유가 변동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업계가 요구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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