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의 좌고우면]잇따른 이주열의 “그런 뜻 아니에요”

입력 2015-09-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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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 수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통 방식이 어설프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금리 하한 도달하지 않았다’, ‘화폐개혁 공감’, ‘고용대란’, ‘디지털 혁명의 일자리 회의론’ 등이 최근 논란이 됐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열린 한은 국정감사에서 금리정책 여력을 묻는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명목금리의 하한선은 존재한다고 보는데 현재 금리 수준이 바로 그 하한선에 도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시장에서는 그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채권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총재는 약 일주일이 지난 뒤 ‘금리하한’ 발언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23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두고 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금리인하론을 진화했다. 이렇게 되자 금융권에서는 시장에 대한 총재의 이해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총재가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하고 발언했느냐라는 실망감도 나왔다.

리디노미네이션(re-dinomination) 즉 화폐개혁 관련 발언도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화폐개혁이란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모든 지폐와 동전의 액면을 가치의 변동 없이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국정감사장에서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 “화폐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기대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한은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재의 발언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결국 한은은 이 총재의 화폐개혁 발언이 나온 날 오후에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으로 화폐개혁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화폐개혁은 지난 주말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오른 것은 물론 일부 언론에서는 화폐개혁 추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 총재로서 ‘공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더좀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왔다.

이 총재의 고용대란 발언도 ‘철회’ 소동을 빚었다. 그는 지난 5월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내년 60세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앞으로 2∼3년간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벌써 고용대란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많은 언론이 ‘고용대란’ 표현을 제목에 넣어 총재의 발언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공보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고용에 대한 외부 우려를 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기사 제목에 고용대란을 넣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그가 디지털혁명의 일자리 회의론을 제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 개최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1, 2차 산업혁명은 무수한 경제적 기회와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3차 산업혁명 격인 디지털혁명은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디지털 혁명의 결과물이 소수에게 부를 집중시킬 뿐 새로운 일자리는 창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한 것이다.

그의 발언은 디지털 기술발전의 이면을 부각해 크게 보도됐다. 하지만 이 총재는 서둘러 해명자료를 통해 “기사 내용을 단순히 소개한 것”이라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부담스러워 했다.

이 총재가 뱉은 말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작년 4월 임명된 후 지난 1년 반이란 기간은 시행착오를 졸업하기에 충분하다. 통화정책 수장으로서의 왕관을 쓴 자, 그 무게에 걸맞게 발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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