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책금융 下] 제역할 못하는 정책금융…“기업구조조정 시장논리에 맡겨야”

입력 2015-09-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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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정체성 회복만이 살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정책금융기관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이 갖가지 잡음을 일으키자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시장에서 떠날 것을 주문한다. 전문성을 앞세워 구조조정을 담당할 수 있는 사모펀드가 이미 충분한 규모로 형성돼 있어 정책금융기관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안정적인 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오는 11월에 출범하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정책금융기관의 대안으로 떠오르 것도 정책금융기관 입장에선 악재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은 그동안 숱하게 지적될 만큼 시장논리가 아닌 정부와 정치권 압력에 휘둘려 왔다.

◇정체성 혼란 산업은행, 구조조정 수술 중 = 산업은행은 지난 정권부터 이어진 민영화 실험 탓에 정체성 혼란기를 겪고 있다. 산업발전을 지원해야 하는 국책은행과 리스크 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상업은행 사이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기업 구조조정 관리능력에 허점을 보이면서 정책금융기관 자질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명박 정부 때 민영화를 위해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다시 통합됐다. 하지만 역할과 기능에서 설립 목적을 뚜렷하게 펼치지 못하고 있다.

국책은행과 상업은행 사이를 오가다 보니 관리 능력에 있어 전문성이 떨어졌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구조조정 의사 결정의 속도감과 결단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단골 메뉴로 도마에 올랐다. 산업은행이 15% 이상 지분을 가진 비금융 자회사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18개사다. 벤처 육성책에 따라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이 100곳이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한 곳도 대우조선, STX조선해양, 동부제철, 한국GM 등 16개사다. 본업이 아닌 비금융 분야에서 주요 그룹사 못지않은 외형을 갖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금호산업 매각과정에 보듯 구조조정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앞선다. 최대주주인 미래에셋금융 사모펀드 등과 의견을 조정해 빠른 매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또 애매한 입장을 지키다가 주채권은행의 주도권이나 국책은행의 책임감 없이 헐값매각 논란과 조기매각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급기야 산업은행 대수술을 예고했다. 임 위원장은 “산업은행은 미래산업, 벤처투자 중심으로 역할을 정비하겠다”며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10월께 출범할 예정인 구조조정 전문회사가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부실 관리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비금융 자회사들을 상당수 매각하고 기업 구조조정업무를 이관하는 등 기존의 역할을 크게 축소할 방침이다.

결국, 기업 구조조정이 산업은행에 자회사로 편입된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대우건설처럼 또 다시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기업집단 계열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사태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책금융기관의 맏형 역할을 수행하며 대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해 왔던 산업은행이 대대적인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우수한 인력집단 수출입은행, 비전문성 노출 = 정부는 성동조선해양에 물린 수출입은행에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추진한다. 조선업 부실 여파로 건전성이 추락한 수출입은행을 살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큰 밑그림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매년 반복적으로 자본금을 출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이후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늘었다. 정부 출자가 아니었다면 BIS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경남기업 상장폐지로 대출금 대신 보유했던 주식을 매도한 결과 2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희대의 분식회계로 부도가 났던 모뉴엘 사건으로 신용대출금 1000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1976년에 설립된 무역전문 정책금융기관이다. 주로 수출입 관련 기업을 지원하다 보니 시중은행들과 달리 금융사고 노출 위험도 증가한다. 문제는 매번 터지는 금융사고가 되풀이 된다는 점이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업 문화가 워낙 보수적인데다가 순환보직 근무 체계 등으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자산 운용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해진 근속 연수를 채워야 승진 대상에 포함 되다 보니 전문성 있는 인재가 인정받기 어려운 근무 환경을 띠고 있다. 때문에 정책금융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회계나 사업성 평가에서 번번이 비전문성이 노출됐다. 경남기업과 모뉴엘 사태에서 보듯 분식회계나 부실 사업 판단을 놓치며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수출입은행은 올해 초 책임경영체제로 시스템을 변경했다. 본부장이 해당 본부의 예산과 인력 운용을 관장하는 방식이다. 본부장이 부장, 팀장을 1~3순위까지 제출, 선임을 마무리해 본부별 경쟁시스템으로 변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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