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창조경제와 연구 지원체계

입력 2015-09-0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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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창조경제가 그것이다. 그동안 창조경제가 의미하는 것이 무어냐를 두고 혼란이 있기도 하였으나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막 넘어선 지금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을 이야기하는 것은 거의 창조경제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창조경제란 창의성을 발휘하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를 이용하여 경제적 부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일 것이다.

정부는 새롭고 유용한 기술 개발을 위해 학계와 산업계에 많은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전의 정부에서도 과학기술 개발을 지원하였으나 현 정부에서는 특히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독립된 부처까지 만들어 창조경제를 위한 과학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고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다수의 잘못된 연구비 집행 사례가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더욱이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행해지는 연구 지원체계가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의 공적인 연구 지원체계는 한마디로 비용관리에 치중한 지원체계이다. 연구자가 정부가 제공하는 연구 지원금을 받게 되면 연구 책임자 자신의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하다. 대부분의 연구 지원금은 대학원생 등 연구원의 인건비, 기자재 구입비, 여행비, 회의비 등 연구 수행에 들어가는 비용에 해당하는 것이고, 정작 연구 책임자는 거의 무임으로 연구를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비용에 기초한 연구 지원체계는 연구 책임자로 하여금 가장 중요한 연구 활동에 치중하게 하기보다는 연구비 관리에서 사적인 이익을 추구토록 유인한다. 아무리 완벽하게 비용을 관리한다고 하여도 불요불급한 기자재를 구입하고 반드시 필요치 않은 여행을 가는 등 빠져 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 항상 가능하다.

왜 비용관리 위주의 지원체계를 사용하느냐고 물어보면 학자들은 원래 학교에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연구에 대한 보상을 추가적으로 해줄 필요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문제는 다른 연구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월급을 받을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연구를 열심히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유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이에게 어떤 일을 수행해주길 바라고 의뢰하는 경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과연 그 사람이 그 일을 열심히 할 유인이 있는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연구 지원체계는 연구 책임자로 하여금 연구를 열심히 하게 하기보다는 연구비 집행에서 작으나마 사적인 이득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학자들도 사람이고 그는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 일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계에서의 명성 혹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 등 금전적 보상 이외에도 중요한 보상들이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에게 그런 식의 보상만을 받으면서 열심히 연구할 것인가를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의 경우 대답은 부정적일 것이다.

학자들에 대한 유인체계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그래서 종신교수제 등 외부에서 보기에는 다소 이상한 제도들이 학계에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유인 설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자들도 금전적인 보상이 추가로 주어지면 그에 따라 더욱 열심히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비용관리 위주의 연구지원은 연구 책임자로 하여금 해서는 안 될 일들을 하도록 장려하는 체계이다. 우리가 성공적인 창조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연구지원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문제는 단순히 연구비 집행에서 못된 짓을 하는 연구자에게만 있지 않다. 그들로 하여금 그런 짓을 하도록 유인하는 연구 지원체계의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지원을 위해 어차피 금전적 지원을 할 바에는 그 돈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연구자들의 유인을 고려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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