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서민금융, 상호금융에 맡겨라

입력 2015-07-15 10:41 수정 2015-07-16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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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시장국장

메르스 사태가 심각했던 지난달 2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은행연합회로 은행장들을 불러 모았다.

이날 모임은 월례간담회 성격이었지만 임 위원장은 은행장들에게 의미 있는 4가지를 주문했다. 메르스로 경기가 위축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에 처한 만큼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 것’과 규제를 풀어줄 테니,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또 저신용자들이 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는 만큼, 은행들이 10%대 중금리 대출을 개발해 서민들이 저렴하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은행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은행들이 스스로 위험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임 위원장의 주문은 한 가지로 귀결(歸結)된다. 서민금융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서민들이 경제적 한계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은행들이 적극 지원하되,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니 알아서 위험관리를 하라는 것이다.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다.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면 위험관리가 안 되고, 위험관리를 강화하면 서민금융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중금리 대출도 다시 고민해 볼 문제다. 2금융권에서 20%대 내외의 대출을 받는 저신용·저소득자에게 10%대 은행 중금리 대출을 통해 이자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은행의 자산 건전성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 5월 은행 연체율은 0.8%로 최근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 5~7등급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을 판매하면 연체 위험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실제 6~7등급 대손율(대출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6%에 달한다는 NICE평가정보의 통계도 있다.

두 번째는 은행권으로 고객이 이탈하면서 2금융권의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 2금융권 고객은 은행 거래가 어려운 6~7등급이 가장 많다. 주고객을 은행에 빼앗기면 수익 감소로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은행들도 중금리 대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우리·신한 등 일부 은행에서 온라인대출 형태로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대체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이 시점에서 서민금융 정책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서민에게 저리의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한쪽 면만 보지 말고, 금융시장과 소비자 모두를 고려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 금융회사와 정부의 역할 분담도 분명히 해야 한다.

높은 건전성을 요구하는 은행에 무리하게 서민금융 지원을 요구하기보다 6등급 이상 저신용자는 2금융권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시장 논리에도 맞다. 특히 저축은행이나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설립된 금융회사가 아닌가.

그들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 대신 2금융권 금융회사들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금리를 받지 못하도록 관리 감독은 필요하다.

대부업체의 정비도 필요하다. 30%대 고금리로 서민들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대부업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필요 악이다. 당초 대부업 설립 목적은 사채를 양성화해 초고금리, 불법채권추심 문제를 해결 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본래 목적 보다는 일본계 대부업체 배만 불린 꼴이 됐다.

지난해 대부업 이용자가 25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서민금융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을 요구하기보다 대부업 이용자들이 2금융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도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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