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까지 상품화'…쪽방촌 괭이부리마을의 눈물

입력 2015-07-13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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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쪽방촌으로 알려진 인천 괭이부리마을 한가운데에 지방자치단체가 게스트하우스와 유사한 외부인 생활 체험관을 만들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타 지역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쪽방촌에서 숙박을 하며 옛 생활공간을 체험토록 한다는 의도지만, 마을 주민들은 쪽방촌을 관광지로 만들어 상품화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인천시 동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중순 '인천시 동구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옛 생활 체험관은 타지에서 부모와 함께 동구를 찾은 아이들에게 숙박의 기회를 줘 옛 생활 모습을 경험토록 하는 목적으로 동구 관내에 설치된다.

반드시 부모가 자녀를 동반해야 입실할 수 있으며 하루 숙박하며 내는 체험료는 1만원으로 책정됐다.

구는 첫 체험관을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쪽방촌인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안에 만들기로 하고, 현재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활용중인 2층짜리 주택을 일부 리모델링해 활용할 예정이다.

동구 관계자는 "요강, 흑백텔레비전, 다듬이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품을 체험관에 비치할 것"이라며 "구도심의 특성에 맞는 체험관을 조성하면 자연스럽게 지역을 찾는 사람이 늘고 다른 관광지와도 연계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외부인이 머무르는 체험관이 괭이부리마을 안에 들어선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마을 주민들은 "지자체가 가난을 상품화해 쪽방촌과 마을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마을 주민은 "지난 5월 어린이날에 유치원 버스 4대가 마을에 와서 아이들이 구경을 했다. 한 아이가 지나가면서 옆에 있던 친구에게 '공부 안 하면 이런 데서 살아야 한대'라고 말하더라. 낯 뜨거워 혼났다"고 토로했다.

이 주민은 "우리 삶의 공간을 외부인들이 들여다보는 게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만석동 공부방인 '기찻길옆작은학교' 상근교사 임종연씨도 "쪽방촌은 냉방 시설이 안돼 있어 여름이면 항상 문을 열어 놓는다"며 "게스트하우스가 마을에 들어서면 여기 주민들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 구경거리가 된다"고 우려했다.

임씨는 "구는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조례를 입법예고했다"며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왜 추진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마을 주민 160여 명은 지난 8일 체험관 건립 반대 서명서를 구와 구의회 측에 제출했다.

동구의회는 13일 조례심사 특별위원회를 거쳐 17일 본회의에서 이 조례안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다. 구는 조례안이 통과하면 다음 달부터 체험관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동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몇 명에게 설득당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왜 동구에서만 못하게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 괭이부리마을은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지역이다. 6·25 전쟁 직후부터 낡고 허름한 판잣집이 모여 형성된 국내 대표적인 쪽방촌이다.

마을 전체 인구는 올해 초 기준 359세대 616명이며 이 가운데 쪽방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230세대 300명가량이다. 쪽방 거주자들은 마을에 있는 공동화장실 4곳을 이용하고 있으며 화재 위험과 각종 재난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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