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실패 시 최후 시나리오는?

그리스의 운명이 오는 30일(현지시간) 결정난다. 그리스는 지난 5개월간 몇 번이나 채무상환 기한을 연기해왔으면서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디폴트 선언도 하지 않았고 여전히 유로존에 남아 있다.

그러나 30일이면 그동안 그리스를 연명해준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폐기되고 동시에 국제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도 결렬되면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연체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주목할 것은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최후의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6월 30일, 무슨 일이 일어날까

2012년 2월에 합의한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 차례의 연장 끝에 이날 폐기된다. 추가 연장이나 새로운 합의가 없으면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IMF로 구성된 공적 채권단으로부터 나머지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공적 채권자는 그리스를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속하지 않은 다른 나라와 똑같이 취급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예금이 유출되는 그리스의 은행을 파탄시키지 않는데 총력을 기울여온 ECB에게 특히 부담이다.

◇ECB, 그리스에 자금 대출 계속할까

ECB는 그리스의 은행이 지불 능력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담보를 제공하는 한 긴급유동성지원(ELA)을 계속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종료가 은행이 자동으로 지급 불능에 빠지는 걸 의미하진 않지만 담보의 질이 떨어지는 건 막을 수 없다.

ECB가 ELA에 대한 액세스를 연장할 경우에도 그리스 은행들은 적격 담보가 없어진다. ECB 정책 위원인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그리스 은행에 대한 자금 공급은 EU 규정에서 금지되는 머니터리 파이낸스 우려를 부각시킨다”고 거듭 경고했다.

◇EU 정상들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할 수 없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부가 출범하면서 채권자와의 합의를 정리하기 위한 시간을 부여하는 차원에서 2월에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치프라스 총리에겐 또한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건 합의를 하는 데에 5개월이라는 기간이 주어졌었기 때문. 합의가 성사될 때까지 지원 자금도 상환하지 않고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한들 보유 자금을 거의 소진한 그리스에게 채무 이행은 불가능하다.

또한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에 독일 의회 등 유로존 국가의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난제도 있다. 독일 측은 독일연방의회가 조치를 취하기 전에 그리스 의회가 우선 경제 정책 개혁을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스가 IMF에 대한 부채를 상환하지 않으면 디폴트인가

그리스가 IMF에 부채를 상환하지 않는 것 자체는 디폴트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주 그리스가 15억 유로를 30일에 상환하지 않을 경우 즉시 체납이 되며, 유예기간은 없다고 경고했다. 그리스는 체납 상태로 기존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포함해 IMF에서 어떠한 대출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리스 자금이 실제로 바닥나는 시기는

그리스 정부는 ECB에 대해 7월 20일에 약 35억 유로, 8월 20일에 32억 유로라는 거액의 상환 기한을 앞두고 혹독한 상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하나가 미납되면 ECB 당국자는 그리스 은행을 위한 연명 조치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은행의 자금줄이 끊기면 그리스 정부는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자본통제를 실시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이후에 인출된 예금은 300억 유로를 넘어 섰다.

◇30일 이후 그리스의 운명은?

그리스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바로 국가부도에 이르진 않는다. 하지만 그리스가 자본통제를 도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리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및 기타 국영기업에서 모은 준비금에 의존하며 향후 수 주 혹은 수개월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채무 상환을 하지 않아 유로존을 이탈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경우 그리스 통화인 드라크마 발행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