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보고서 위협하는 대기업…애널리스트 솔직한 의견 모아보니

입력 2015-06-25 17:02 수정 2015-06-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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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업은 증권사의 정확한 투자정보를 위해 별도 행사를 운용한다.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기업의 현재와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사진은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한 삼성전자의 '애널리스트 데이' 모습. (사진=이투데이DB)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에 대한 현대백화점의 도를 넘는 갑(甲)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매도 리포트’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더구나 매도 리포트도 아닌 보고서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논란이 불거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는 현대백화점의 도를 넘는 갑(甲)질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내 면세점 선정과 관련,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고서를 낸 증권사에 현대백화점 고위임원이 협박에 가까운 항의를 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날 오후 현대백화점 장모 부사장은 토러스투자증권의 유통담당 김 모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면세점 입찰 평가 보고서를 문제 삼았다. 현대백화점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순위도 낮게 나오자 이에 항의를 하면서 “법적 대응”을 비롯해 보고서 삭제, 관련 기사 삭제조치 등을 요구했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의 행태에 대해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증권사 연구원들은 “금융당국이 독려하고 있는 매도 리포트를 내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보통 IR 팀장과 재무팀장이 압박을 넣는 경우는 흔하다”며 “현대백화점 경우 처럼 부사장이 직접 연락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항의를 해도 연구원한테 항의한다는게 이해가 안된다”며 “센터로 공문이 온거는 봤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IR팀하고 적당하게 관계를 가져가야 한다”며 “현대백화점이 오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동부그룹의 경우 LIG투자증권의 리포트의 일부 데이터가 동부측에 불리한 내용이 담기자 정식 항의절차를 밟아 회사의 입장을 리서치센터에 전달했다. 이번 현대백화점처럼 임원이 직접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성 항의전화를 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게 증권가의 증언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례는 증권사의 규모, 취급하는 업종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원은 한 중소형 증권사 연구원은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대하는 (기업의)태도가 다르다. 소형사일수록 갑질에 당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모 소형 증권사의 경우 보고서를 인용한 언론 기사에 대해 해당기업의 항의를 받고 일일이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향후 기업이 추진하는 대규모 지분관련 계약, 또는 신탁계약 등에서 해당 증권사를 “제외시키겠다”는 압박도 존재한다. 이른바 특정 지위를 이용한 갑(甲)질 행태다.

이번 사태와 관련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극성스런 기업의 경우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제공한 자료와 업계 자료를 바탕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단순 불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기업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요구를 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전문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기업 계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 보고서에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대기업 계열사에 속한 증권사에 대해서만 기업이 관대하다”며 “증권사 자체보다 연구원의 분석과 객관성이 보고서를 신뢰할 수 있게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같은 대규모 기관에서 토러스증권과 같은 보고서를 냈을 때에도 현대백화점이 전화를 걸어 항의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증권사 출신의 한 연구원은 “한국에서 추진한 보고서는 당연히 본사는 물론 다른 국가에 자리한 브랜치(지사)에도 보고가 된다”며 “해외 투자자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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