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사태 막자”...버티는 그리스에 뺨치는 IMF·달래는 ECB

입력 2015-06-25 14:49 수정 2015-06-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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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을 둘러싸고 24일부터 25일 새벽까지 진행된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면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현실화하고 있다. 채무 만료일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가운데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과의 대립각이 심각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의 불안한 시선이 벨기에 브뤼셀에 쏠리고 있다.

◆좁혀지지 않는 5가지 쟁점

이날 그리스와 유로존 재무장관(유로그룹)은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을 최종 조율하고 합의안을 작성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모였다. 그러나 양측의 막판 충돌로 합의는 이끌어내지도 못하고 회의는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채 안돼 종료됐다. 한 당국자는 이날 유로그룹 회의에 대해 “밤을 샐 각오로 임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그리스의) 신뢰 상실이 볼 만했다”고 말했다.

앞서 그리스 정부는 디폴트 회피에 필요한 개혁안을 국제 채권단에 제출했다. 5페이지에 걸쳐 작성된 문서에 따르면 양측의 견해차가 큰 것은 법인세 부가가치세 및 연금 개혁이다.

우선 채권단은 그리스에 대해 부가가치세 수입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만큼 확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0.74%로 제안했다. 이 차이는 약 4억 유로에 해당한다. 또한, 그리스 측은 케이터링 및 레스토랑 등에 대해 부가가치세의 최고 세율 23%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채권단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그리스 정부는 법인세율을 29%로 인상해 부가가치세의 세수 부족분을 보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채권단은 세율을 28%로 유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 연간 이익이 5억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일회성 조치로서 추가로 12%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그리스 정부의 제안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 개혁을 둘러싼 의견 차이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GDP 대비 약 1%에 해당하는 연금 지출의 삭감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리스 정부는 주로 고용주의 사회보험료의 인상에 따른 수입 증대와 조기퇴직제도의 축소를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그리스는 연금 개혁을 2015년 10월 말부터 실시할 계획을 나타냈지만 채권단은 7월 1일자로 앞당겨 시행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채권단은 2012년 이후 연금 삭감을 무효로 한 판결의 효력을 완전히 상쇄하는 법률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그리스 정부는 연금 예산을 앞으로 12억 유로 삭감해야 한다.

채권단은 또한 저소득 연금 수급자를 위한 추가수당(EKAS)을 2017년까지 폐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2018~2020년에 폐지하는 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그리스 정부는 국방비 지출에 대해 2016년까지 2억 유로 감축할 것을 제안했지만 채권단은 두 배인 4억 유로를 줄이라는 입장이다.

◆뺨치는 IMF·달래는 ECB

이날 협상에서는 특히 IMF가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IMF는 그리스의 협상안 수용을 거부하고 긴축 조치를 추가한 대안을 제시해 그리스가 반발하는 등 협상이 갑자기 난기류에 휩싸였다고 전해졌다.

양측은 재정수지 목표에는 합의했지만 달성 방법을 두고 대립했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수입 증대에 초점을 맞춰 연금 삭감을 거부하는 협상안을 내놨지만 IMF는 연금 삭감 등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한 것.

IMF는 연금 삭감을 거듭 요구했고, 그리스가 제안한 법인세율 인상(26%→29%)을 28%로 낮추고 부가가치세 수입을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IMF는 재정지출 삭감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세수를 증대하면 성장률이 낮아져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등 국가채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채권단과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부분은 대부분 IMF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개혁 정책은 증세에만 의존하면 안되며 부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유럽 국가들의 채무재조정 조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IMF 제안을 거부하고 “특정 기관들(채권단)이 거듭해서 동등한 조치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아일랜드나 포르투갈에서 절대 없었던 사례”라며 “이런 이상한 입장은 합의에 관심이 없거나 특정 이익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IMF와 달리 ECB는 다소 우호적인 방법으로 그리스를 설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CB는 양측이 합의가 성립되면 7월 초까지 최대 33억5000만 유로의 신용한도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라고 3명의 당국자가 전했다. 유로그룹은 ECB의 증권시장프로그램(SMP)의 수익 지급에 대한 권리와 함께 그리스가 채권단과 합의한 경우 자금의 일부를 며칠 안에 지원할 예정이다.

SMP의 수익 분배는 각국 의회의 승인을 얻을 필요없이 조속한 실행이 가능하다. 각국은 SMP의 수익 배분을 유로존 구제기금인 유럽안정화메커니즘(ESM)의 계좌에 입금, ESM은 각국 재무장관이 승인한 단계에서 그리스에 자금을 배당한다. 다만 이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유로그룹에 있지만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운명의 순간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실무팀은 현지시간 25일 6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협상을 재개했다. 같은 날 오전 9시부터는 치프라스 총리와 라가르드 IMF 총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재개된다. 이후 EU 정례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알렉산더 스투브 핀란드 재무장관은 24일 유로그룹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후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날 오후 1시까지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다만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리스가 27일까지 합의한 후 그리스 및 독일 의회의 승인을 29일까지 얻지 못하면 30일 IMF에 대한 디폴트는 불가피하다. 구제금융 지원도 같은 날에 만료된다.

그러나 채무 재편과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이견은 여전하며, 또한 치프라스 총리가 타협에 응했다고 해도 그리스의 여당과 국민의 반발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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