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한·일 관광객 유치전 희비...일본 식당가·유흥가·쇼핑가 24시간 외국인 물결, 한국은?

입력 2015-06-24 17:20 수정 2015-06-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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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객 유치 7년 만에 일본에 밀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한국과 일본의 관광객 유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오사카만국박람회를 개최한 1970년 7월 이후 44년 만에 관광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의 4월 관광수지 흑자는 177억 엔이었다. 엔화 약세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이다.

4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123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증가했다. 동남아시아 관광객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에서 온 관광객은 50~60% 늘었다. 엔저 외에 동남아 국가에 대한 비자 발급 완화도 관광객 유치에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에서 온 관광객은 140%나 급증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일본이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전보다 훨씬 많은 중국인이 일본을 찾고 있는 것이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메르스가 한국을 강타한 후유증이 드러나는 6월 이후에는 더욱 극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753만7800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44.9% 증가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이보다 적은 592만4683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전에서 한국이 일본에 역전당한 건 7년 만이다. 역시 세계 관광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는 중국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중·일 갈등에 따른 반일감정 탓에 연간 최소 100만416명에서 최대 131만4437명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엔화가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 작년 9월부터 중국인의 발길이 일본으로 급격히 몰리면서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83.2% 급증한 240만9158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행선지를 바꾸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CNBC는 HSBC의 보고서를 인용해 6~8월까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20% 정도 더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80∼140%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HSBC는 메르스 불안 뿐 아니라 지난 1년간 한국 원화에 비해 약 10% 평가절하된 일본 엔화 가치도 중국 관광객이 한국보다 일본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오사카시에 있는 한 오코노미야키 가게에서 식사하는 중국인 관광객. 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이같은 현실은 길거리 풍경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일본의 식당가와 유흥가, 쇼핑가는 24시간 온통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24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아침부터 심야까지 야키니쿠와 오코노미야끼, 초밥, 생선회 등 일본 전통음식을 파는 상가가 문을 열기가 무섭게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들이 들이닥치고 있다. 또한 백화점 등 쇼핑가에도 쇼핑백을 꾸러미로 든 중화권 관광객이 몰려다닌다. 일본 최대의 전자제품 상가가 몰려 있는 아키하바라에는 이른 아침부터 대형 관광버스가 줄지어 들어서고 있으며, 이 때문에 원래 오전 10시인 영업개시 시간을 한두 시간정도 앞당기는 상점도 적지 않다. 중화권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 품목은 디지털 카메라, 밥솥, 시계 등.

아키하바라에 있는 한 면세점 관계자는 “나리타국제공항에 도착해 호텔에 체크인 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쇼핑에 투자하는 관광객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오사카의 부엌으로 알려진 도톰보리의 한 상인은 “인근 호텔에 묵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이 이른 아침에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단체로 쇼핑 코스를 도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방일 관광객들은 대부분 낮엔 쇼핑을 하고 저녁 이후에는 식당가나 유흥가로 몰린다. 200석이 넘는 좌석을 보유한 대형 식당도 긴 대기 행렬은 부득이한 상황. 덕분에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한 오코노미야키 가게 주인은 말했다.

노래방이나 이자카야 같은 유흥점도 외국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본의 고도인 교토의 한 노래방은 올 3월부터 영어는 물론 중국어와 한국어 능통자를 채용했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 이용이 기존의 2~3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본 노래방 체인 다이이치고쇼의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중 35.7%가 유럽, 30.8%가 북미에서 온 사람으로 서양인에게 특히 노래방의 인기가 높다”며 “서양은 아시아에 비해 노래방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일본 문화의 하나로 노래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자 심야와 새벽 노선이 많은 저비용항공사(LCC)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올봄 나리타국제공항에는 LCC 전용 터미널이 문을 열었다. 간사이국제공항에서는 올 여름 국제 노선에서 차지하는 LCC의 비율이 25%를 넘는다.

▲서울 명동에서 외국 관광객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염려로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 24시간 외국인이 북적이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24일 주중 한국 대사관은 “한국에서 메르스가 발병한 후 한국을 찾는 중국인의 비자 발급 건수가 평상시보다 최대 5분의 1까지 줄었다”며 “특히 단체 관광객들의 비자신청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대사관 측이 정확한 통계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메르스 발병 전 하루 평균 1만5000여 건이던 비자 발급 건수는 3000여 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이달들어 메르스 여파로 예약 취소가 잇따르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 운항 축소에 이어 이달 말부터는 일본 노선을 대폭 줄인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18일부터 하루 두 편 이상 운항하는 노선 가운데 예약이 부진한 중국 17개 노선과 일본 나리타노선 운항을 축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1일부터 홍콩과 상하이, 하얼빈 등 중국 6개 노선과 대만 1개 노선 등 총 7개 노선 운항을 줄인데 이어 일본 노선 6개를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 측은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을 재유치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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