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 소송으로 장기전 노려… "차익 실현 위한 주가 끌어올리기 전략"

입력 2015-06-10 09:09 수정 2015-06-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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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가처분 소송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오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전으로 돌입할 조짐이다. 엘리엇은 외국의 사례를 들며 합병 비율을 문제 삼고 있으나 국내법에 따라 합병 비율이 산정된 만큼 재계는 엘리엇이 재판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가처분을 시작으로 주총무효 확인 소송과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엘리엇이 다양한 카드를 들고 나와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내달 17일 개최될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결의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9일 서울중앙지법에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엘리엇은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며 가처분 신청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양사간 합병비율 산정 시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투자회사 지분 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점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증권, 제일기획, 삼성정밀화학 등 장부상 16조720억원에 달하는 계열사·투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8조6119억원 규모로 가장 크다.

엘리엇은 그럼에도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만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한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자산가치를 합병비율 산정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는 것.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엘리엇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삼성물산을 비롯해 재계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한국은 상장사 주가를 기본으로 합병비율을 정한다는 것. 예전에는 합병비율 산정에 있어 ‘주주간 협의’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으나, 현재는 각사의 합병 결의 직전 최근 1개월 평균종가와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를 기계적으로 산술 평균해 정해지도록 법규가 정비됐다.

재계는 삼성물산이 현행 법령이 규정한 대로 합병비율을 산정한 만큼 엘리엇이 소송에서 승기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법규상 문제가 없더라도 주요주주가 무리한 합병 추진으로 재산상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하고, 주장의 논리가 타당하면 법원이 피해주주의 상황을 반영해 결정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한편 재계는 엘리엇이 주특기인 소송 전을 시작한 점과 현재까지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삼성물산과의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주총을 통해 합병이 결정된 이후에도 자국인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근거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엘리엇은 앞서 2003년 미국의 P&G가 독일의 웰라를 인수할 때에도 반기를 들어 1년여간 주총 표 대결과 소송전을 벌인 끝에 주식 매각 가격을 12%가량 끌어올린 바 있다.

이와 관련 엘리엇이 ISD 독소조항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ISD 독소조항은 투자자가 특정국가의 법령이나 정부 정책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다. ISD는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돼 국내법보다 우선하며 ISD가 제기되면 관할 법원이 엘리엇의 안방인 미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절차의 지연에 따른 정부 책임을 물어 ISD를 제기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소송을 비롯해 엘리엇의 하루하루 행보들을 보면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엘리엇이 ISD 등 소송전을 계속해 삼성에 대한 경영 간섭 혹은 지분 가치를 높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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