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분리, 약될까 독될까

입력 2015-06-0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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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거래소들이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명운이 걸린 갈림길에 봉착했다.

글로벌 거래소로의 도약을 위한 방책을 모색해온 상황에서 최근 코스닥시장 분리론이 강하게 제기되며 기존 행보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경쟁을 통한 자본시장의 효율성 제고를 강조하는 코스닥 분리론과, 수익성 측면에서 코스닥의 독자 생존이 어렵고 투자자 보호에도 문제가 있다는 현실론이 맞서며 논란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 세계 거래소, 대형화 추세 속 주도권 다툼

세계 주요 거래소들은 자국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무대를 넓혀 국경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거래소는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이고자 M&A도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3년 도쿄증권거래소(TSE)와 오사카증권거래소(OSE)가 JPX로 합병해 세계 3위의 거대 거래소가 됐다.

앞서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운영하는 NYSE 유로넥스트는 독일증권거래소 운영업체인 도이체뵈르제(DBAG)와의 합병을 추진하기도 했다.

NYSE 유로넥스트는 2007년 NYSE가 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셀 등의 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유로넥스트와 합병함으로써 태동했다.

런던증권거래소(LSE)와 토론토증권거래소(TMX)도 합병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한국거래소는 규모 면에서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은 1조2천128억 달러 규모로 세계 14위였다.

이는 1조2천345억 달러 규모로 13위였던 전년 말보다 한 계단 떨어진 것이다.

인도 봄베이증권거래소(BSE)가 14위에서 10위로 올라가며 한국거래소를 추월했다.

미국 NYSE가 부동의 1위였다. 아시아 거래소 중에서는 도쿄거래소, 상하이거래소, 홍콩거래소, 선전거래소, 인도증권거래소(NSE)와 봄베이거래소 등 6곳이 한국거래소보다 앞서 있다.

각국 거래소는 지수회사, 청산·결제소 M&A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는 지난해 미국의 자산운용·투자자문·지수개발 업체인 프랭크러셀사를 인수함으로써 다양한 지수 기반의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뉴질랜드거래소(NXZ)는 작년 12월 펀드운용사인 슈퍼라이프를 인수해 자산운용 사업 규모를 키웠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5년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위원회, 코스닥증권시장 등 4개 기관이 통합되며 출범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지정 등으로 그동안 중장기적 차원의 해외 진출과 사업 영역 확대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거래소는 자본시장 인프라 수출과 연계 거래 확대, 해외 M&A와 합작법인 설립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코스닥 분리 등 구조 개편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코스닥 분리 움직임…거래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까

각국 거래소가 덩치를 키우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구조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금융당국 등은 시장별 차별화와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코스닥시장의 분리를 통한 '경쟁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아시아 주요 거래소 중 한국거래소처럼 주식거래 시장을 독점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경쟁 도입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스닥은 중견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코넥스시장은 규모가 작아 중견 미만 기업에 대한 시장 공백 기능이 나타나고 있다"며 "거래소의 구조 개편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탈업계도 모험자본을 육성해야 하는 코스닥시장의 특성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분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분리되면 시장 간 경쟁으로 상장요건 완화 및 상장기업 수 확대, 벤처캐피탈의 수월한 투자자금 회수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거래소는 코스닥시장 분리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코스닥의 수익 구조가 취약해 독자적 생존이 불가능하고, 유가증권시장과의 대등한 경쟁 구도가 어렵다는 점, 코스닥 분리 시 투자자 보호 기능이 취약해질 것이란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분리는 필연적으로 간접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코스닥 분리 이후 상장 문턱 낮추기에만 집중할 경우 부실기업 상장으로 개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 2005년 통합 이후 코스닥시장의 규모와 건전성 등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정책 실험'이란 불만도 드러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약 143조원로 통합 직전(2004년 말)보다 361.3% 늘었으며, 일평균거래대금도 215.5% 증가한 1조9천703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기업 수는 890개사에서 1천61개사로 늘었다.

대신 거래소는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그 아래 코스닥 등 각 시장본부를 자회사로 전환해 효율성과 자율성을 살리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증권업계와 학계에서는 코스닥시장과는 별개로 대체거래소(ATS)의 설립을 추진해 현 거래소와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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