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ELS 중도상환 피하기 위한 증권사 주식 대량 매도는 위법" 첫 판결

입력 2015-05-28 08:51 수정 2015-05-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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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증권사가 상환기준일에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방식으로 중도상환을 피하는 것은 증권거래법과 민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ELS 투자자 윤모 씨 등 3명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상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 ELS 증권사 주식 매도로 종가 하락… 투자자, "상환조건 방해" vs 증권사, "정당한 위험 회피"

대우증권은 2005년 3월 삼성SDI의 주가를 4개월마다 평가해 가격에 따라 상환금액이 결정되는 ELS를 발행했다. 중간평가일에 삼성SDI의 평가가격이 기준보다 높거나 같을 경우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정해진 수익금을 중도상환금으로 지급하는 형태였다.

윤씨 등은 이 상품에 2억1900만원을 투자했지만, 대우증권이 중간 평가일에 임박해 삼성SDI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바람에 중도상환을 받지 못했고, 결국 만기상환 당시 30% 상당의 원금 손실을 보게 되자 소송을 냈다.

그동안 증권사는 이러한 방식으로 주식 종가를 떨어트려 중도상환금 반환을 피하는 것을 '델타헤지(위험 회피행위)'라고 주장했고, 투자자들은 '중도상환 조건 성취를 방해하는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맞서왔다.

■ 엇갈린 하급심 판결… 대법원, "정당한 증권사 위험회피 범위 벗어난 것"

그동안 법원은 관련 소송에서 엇갈린 판결을 내놓았다.

윤씨가 낸 소송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재판장 서창원 부장판사)는 2010년 대우증권이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금융기관이 위험 관리를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델타 헤지 거래라고 보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같은 해 또다른 투자자 정모 씨 등이 대우증권을 낸 같은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황적화 부장판사)는 델타 헤지 거래는 기초자산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주거나,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증권사의 위험회피는 투자자의 상환금 반환 기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해 유사 소송의 법리 논쟁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대우증권은 중도상환 조건의 성취 여부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방법으로 위험회피 거래를 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고, 그 반대로 중도상환 조건의 성취를 방해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위험회피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증권은 윤씨 등에 대한 투자자 보호의무를 게을리했고, 민법상 '신의성실'에 반해 ELS 중도상환조건 성취를 방해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 향후 투자자들 '상환금 청구' 이어질 듯

지난 4월 ELS투자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을 허가했던 대법원이 이러한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면서 향후 비슷한 손해를 본 다수의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투자 상환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LS 상환기준일 주식 대량매도 행위와 관련해 대법원에는 민사 3건, 형사 1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서울고법에도 민사 3건, 1,2심 법원에 형사사건 3건이 계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LS 발행잔액 규모는 2013년 말 약 39조 원, 2014년 말 약 57조 원으로 집계됐다. 낮은 금리가 유지되면서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예금보다 큰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어 갈수록 발행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2009년 7월 이번 소송을 당한 대우증권에 대해 "시장 수급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헤지 물량을 종가 결정 시간대에 과도하게 거래함으로써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할 충실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5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나승철 변호사는 '주가연계증권(ELS)에 있어서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의 이해상충'이라는 논문을 통해 "(대우증권에 대한) 한국거래소 제재 이후 발행사들은 상환일 당일 종가시간대의 매도를 최소화하고, 평가일 전날부터 물량을 조기에 청산하는 등 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헤지거래를 하고 있다"며 "ELS발행사가 상환평가일 종가 단일가 매매시간대에 기초자산을 저가에 대량매도함으로써 시세에 영향을 줬다면, 아무리 델타헤지에 따른 거래라고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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