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 엔저 빨간불…"원엔환율 감내할 수준 넘었다"

입력 2015-05-2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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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 '엔저 빨간불'이 켜졌다. 원엔 환율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기업들의 반응이 나온다.

기업 70%는 엔저 리스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수출경합 중인 일본 기업이 가격을 10% 내리면 수출 물량이 12% 줄어드는 구조가 우리 수출 기업의 현주소다.

선박용 엔진부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전북 소재 한 기업은 "엔저 이후 일본 조선사들이 자국 협력업체로 거래선을 갈아타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과거 ㎏당 2달러로 가격을 쳐 줬는데 몇 달전엔 1.7달러, 지금은 1.3달러까지 깎아 납품할 걸 요구한다"고 하소연했다. 30억원에 달하던 대일 수출이 14억원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충남지역의 반도체 제조기계 업체도 일본산 설비와 경쟁하느라 진땀을 뺀다. 중국시장 장비 입찰에서 일본업체의 가격 공세에 밀린다. 수출물량도 20%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결국 일본처럼 가격을 깎아주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출 한일전'에서 한국 기업들이 철저히 밀리는 양상이다.

철강·석유화학·기계·음식료·자동차·자동차부품·조선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원엔 환율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기업 300여개사를 상대로 엔저 대응과제 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기업 절반 이상(55.7%)이 엔저로 수출 피해가 났다고 답했다.

큰 피해는 21.0%, 약간 피해는 34.7%, 거의 피해 없음이 36.7%, 전혀 피해 없음 7.7%였다.

'거래시 감내할 수 있는 엔화환율'을 묻자 평균 924원이라고 답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22일 기준 903원이다.

업종별로는 철강이 963원으로 가장 높았고 석유화학(956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 자동차·부품(935원), 조선·기자재(922원), 반도체(918원) 순이다. 이들 업종은 이미 감내 가능한 선 아래로 엔화가 떨어진 셈이다.

정보통신·가전(870원), 섬유(850원) 업종은 아직 여력이 남았다.

사진용 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광주의 한 기업은 "일본에는 거래처 유지를 위해 마진없이 팔고 있다. 20%가량의 수출 감소를 겪고 내린 결론은 5% 가격인하"라고 말했다.

한 금속기업은 "유럽시장에서 일본이 가격으로 치고 들어온 적이 있다. 한 번 점유율을 빼앗기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물량을 줄이지 않고 팔수록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일본 기업의 가격공세에 가장 큰 물량 타격을 받는 업종은 음식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경합 중인 일본 제품 가격을 10% 낮춘다면 자사의 해당 수출 물량은 몇 %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평균 1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음식료가 18.7%로 가장 큰 폭의 감소치를 점쳤고 철강(15.1%), 조선·기자재(13.3%), 자동차·부품(12.4%), 유화(10.6%), 기계(9.2%), 정보통신·가전(9.2%), 섬유(9.1%), 반도체(8.1%) 순이었다.

한 유제품 수출 기업은 "미국 현지에서 일본 야쿠르트와 경쟁하는데 많이 밀리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의 경쟁은 더 어려워 수출물량이 3분의 1 토막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엔저가) 단기간 내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수출 침체와 더불어 엔저는 시차를 두며 추가 하락할 수 있고 유로화 역시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엔저에 대응책을 마련했는지 묻자 기업 70%가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마련했다는 답은 12.0%, 계획중이라는 답은 18.3%였다.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는 대외경제환경 불확실성(60.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아베노믹스 초기 우려했던 근린궁핍화정책(beggar my neighbor policy)이 현실화된다"며 "과거 엔고시대의 일본기업처럼 원고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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