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우리은행이 대기업대출을 2조원 넘게 늘렸다. 반면 하나은행·외환은행은 대기업 대출이 1조2000억원 가량 줄였다.
우리은행은 공격적인 자산 확대를 통해 성공적인 민영화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반면 하나은행·외환은행은 통합을 대비해 동일인 여신한도 제한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19조3261억원에서 4월말 21조3579억원으로 올해만 2조318억원 늘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시장점유율이 1등이 아닌 부분도 앞으로 증가분 만큼은 반드시 1등이 돼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매년 15조원 이상의 자산 증대를 취임 일성으로 내놨다. 이미 한 해 목표 15조원의 60%를 달성한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이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여신을 줄인 기간이 있었지만, 우리은행의 대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부터 우량자산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기간 하나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14조9289억원에서 14조677억원으로 8612억원 감소했다. 외환은행은 16조58억원에서 15조6105억원으로 3953억원 감소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하면 무려 1조2000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논의 중이어서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보면된다”며 “포트폴리오 개선 차원에서 대기업 여신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잔액이 16조2969억원에서 16조8453억원으로 5484억원 증가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여신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한은행은 18조7576억원에서 18조5168억원으로 2408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회사채 조달이 유리해져 대출 대신 채권 발행을 늘고 있다”며“대기업 대출 증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