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에 대한 정부의 가장 뚜렷한 입장 변화는 지난 13일 언급됐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 사전브리핑을 통해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며 "운영하고 있는 기금이나 회계, 민간 자금 활용하는 방법부터 법적 요건이 충족되고 경제가 악화된다면 추경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불과 10여일 전 올해 예산을 이미 작년 대비 5.5%나 늘렸다며 추경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각종 경기부양정책에도 생각만큼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국내 경기의 영향이 크다. 투입한 유동성만큼 경기회복세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예상 외의 추가 유동성, 즉 추경의 필요성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ㆍ외 경제기구와 연구기관, 통화 당국의 경기전망도 정부의 추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IMF는 정부가 추경 가능성을 시사한 13일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낮추며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 정체를 우려했다. 특히 한국의 국가채무 부담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므로 재정지출을 늘려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해 사실상 추경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통화정책을 책임진 한국은행 또한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브리핑을 통해 "추경의 집행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게 돼 있고 재정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밝혀 이례적으로 추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가계부채의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차례 내린 기준금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정책이 뒷받침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월 한 차례 내린 뒤 4∼5월에 연 1.75%로 동결하는 등 통화정책의 여력을 아끼고 있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국회 예산정책처(3.0%), 한국은행(3.1%) 등 3%대를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는 국내ㆍ외 기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는 달리 '최소 3.3% 성장’이라는 최 부총리의 전망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추경은 이미 필수조건이 됐다는 분석이다.